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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5일 금요일

'마누라' 의 어원

■ 마누라 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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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누라 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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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는 요즘 일상에서 자신의 아내를 허물없이 부르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기 아내를 약간 낮춰서 일컬을 때 주로 쓰인다. 농담 섞인 말로 ‘마주 누워 자는 여자’ 라거나 ‘마! 누라!(그냥 누워라)’라는 뜻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우스개소리일 뿐, 진정한 의미는 아니다.

원래 마누라는 고려 후기 몽골에서 들어온 말로, 조선시대에는 ‘대비 마노라’, ‘대전 마노라’ 처럼 마마와 같이 쓰이던 극 존칭어였다. 기록상으로 ‘마누라’는 15세기의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에 ’마노라‘로 처음 나온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여기서의 ‘마노라’는 ‘주인(主人)’의 의미이다. 《이두편람(吏讀便覽)》에서도 ‘마노라’에 대해 ‘노비가 그 주인을 일컫는 말’이라 하였다. 비천한 사람이 존귀한 사람을 부르는 말이라는 의미도 첨가되어 있다.

그런데 《한중록(閑中錄)》에서는 ‘마노라’가 ‘왕, 왕대비, 세자, 세자빈’ 등과 같은 궁중의 높은 인물을 직접 지시하는 데 쓰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비마노라, 선왕마노라, 웃전마노라’ 등으로 활용되어 궁중 인물과 결부된 존칭 호칭어로 쓰이고 있다. 이때에는 ‘존칭(尊稱)’으로서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에게도 적용되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특이한 점이다.

궁궐 밖에서는 ‘마노라’가 ‘지체 높은 벼슬아치’나 ‘그 부인’ 등을 부르거나 지칭하는 데도 쓰였다. ‘운현(雲峴)마노라, 선혜당상(宣惠堂上)마노라’의 ‘마노라’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무속(巫俗)이라는 특정 사회에서는 ‘마노라’가 ‘神’의 의미로도 통용되었다. ‘산신(山神)마노라, 성주마노라, 터주마노라’에 보이는 ‘마노라’가 바로 그 예이다. ‘산신, 성주, 터주’를 여성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보면 이때 쓰인 ‘마노라’는 ‘남성’에 적용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마노라’는 존칭으로서 남녀 모두에게 통용되던 단어였음이 분명하다. 이는 ‘마마’ 또는 ‘마님’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러다가 19세기 이후 신분 제도가 무너지면서 ‘마노라’는 늙은 부인이나 자신의 아내를 가리키는 말로 일반화되어 쓰이게 되었다. 어형도 ‘마누라’로 변했을 뿐만 아니라, 존대(尊對)의 의미도 없어지고 ‘남성’을 포함하지도 않게 변화된 것이다. 조선조 말 ‘덕수궁’ 시절에는 궁중에서 ‘마누라’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았다는 노(老) 상궁(尙宮)들의 증언을 토대로 할 때, 적어도 19세기 말 이전에 ‘마누라’의 의미 가치가 떨어져 일반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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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마노라’는 존칭으로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적용되다가, 존대의 의미를 상실하고 ‘여성’에게 쓰이는 단어가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원래 영감이라는 단어도 정삼품 이상 종이품 이하의 관원을 말하는 것이었다. 오늘날도 판사나 검사를 영감님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옛날 그 관직의 등급과 유사하여서 부르는 것이다. 존칭이던 ‘영감’이 ‘마누라’의 상대어가 되어 ‘나이든 남자’를 일컫는 말이 된 것도 같은 무렵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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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KIMSEM과 함께 역사 다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