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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6일 토요일

◇ ‘공동부유’ 바람 부르는 시진핑

◇ ‘공동부유’ 바람 부르는 시진핑

◇ ‘공동부유’ 바람 부르는 시진핑

중국 시장 곳곳에서 곡(哭)소리가 난다. 중국 당국의 거친 규제 때문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의 거대 IT 기업들은 “자진해서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윽박지름을 당하고 있다. 부동산과 사교육 시장 등도 중국 공산당의 ‘홍색 규제’로 초토화 위기를 맞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공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차이나 엑소더스’의 길에 오르는 모양새다. 개별 기업이 혼나는 수준이 아니라 산업 자체가 소멸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중국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최근 왜 이런 일이 발생하나. 지도자의 국정 운영 철학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계산을 읽어야 한다. 중국은 사회 발전 단계를 세 가지로 나눈다. 온포(溫飽)사회→소강(小康)사회→대동(大同)사회다. 등 따습고 배불리 먹는 온포사회는 2000년께 도달했고, 여기에 어느 정도의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소강사회를 중국 전역에 걸쳐 이루는 ‘전면적인 소강사회’는 중공 창당 100주년에 즈음한 지난해 달성했다.

다음은 도둑도 없이 모두가 잘사는대동사회인데 이는 유토피아에 가깝다. 1인당 GDP 몇만 달러 정도로 계산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그렇다면 소강사회 달성 이후 중국은 어디로 가야 하나. 여기서 시진핑이 내세우는 게 ‘공동부유(共同富裕)’ 추구다. 일찍이 덩샤오핑(鄧小平)은 “사회주의의 본질은 생산력을 해방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착취와 양극화를 없애 공동부유를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공동부유를 이루기 위해 덩샤오핑은 경제건설에 중심을 두는 개혁개방 정책을 추구했고 결과는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나타났다. 한데 문제가 생겼다. 빈부격차가 커진 것이다. 그러자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시기 논쟁이 벌어지며 당내 분열이 발생했다. 당시 광둥(廣東)성 당서기로 현재 권력 4위인 왕양(汪洋) 정협 주석은 “파이를 더 키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시라이(薄熙來) 당시 충칭(重慶)시 당서기가 반대하고 나섰다. “파이를 나누기 전 파이부터 키우자고 말하는 건 틀렸다”고 했다.

그는 “파이를 나누는 게 불공평하면 아무도 파이 만들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파이를 고르게 분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공동부유’의 기치를 내걸었다. 이후 보시라이가 숙청되면서 파이 논쟁도 가라앉았다. 한데 이제 다시 시진핑이 ‘공동부유’를 소강사회 이후 중국이 추진해야 할 목표로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시진핑이 말하는 공동부유는 물론 보시라이와는 결이 다르다. 부자를 없애 가난을 구제하자는 게 아니며 동등한 부유나 똑같은 속도로 부자가 되자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파이를 키우는 기초 아래 파이를 고르게 나누자는 게 ‘시진핑표(標) 공동부유’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저장(浙江)성은 지난달 20일 ‘공동부유 저장 시범지구’ 건설 방안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저장성이 어떤 곳인가. 시진핑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발돋움하기 전 당 서기 신분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진 곳이다. 시진핑의 저장 통치를 다룬 ‘저장 경험’은 현재 중국을 다스리는 치국책략(治國策略)의 모태이기도 하다. 저장성의 도농(都農) 수입은 1.96:1의 비율로 중국에서 가장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런 저장성에서의 공동부유 실험이 성공할 경우 이를 중국 전역에 확산시키겠다는 게 시진핑의 구상이며 그는 여기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 상당 부분을 걸고 있다. 공동부유를 이루는 건 사회주의의 본질을 실현하는 것으로 이게 성공할 경우 이를 갖고 사회주의제도가 자본주의제도보다 더 우월하다, 더 낫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체제 싸움에서 큰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시진핑 자신은 그런 위대한 업적을 이룬 지도자로 중국 국내적으론 장기집권의 토대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상당 기간 ‘공동부유’ 구호가 중국을 휩쓸 것이다. 여기에 위협이나 걸림돌이 되는 기업, 또는 산업은 모두 중공의 무차별 타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중국에서의 사업은 언제나 그렇지만 중국에서 부는 바람을 타야 성공한다. 역풍을 맞아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은 내년 가을 집권 3기를 위해 ‘공동부유’라는 바람을 부르고 있다. 그 풍향(風向)을 보며 배를 띄우거나 노를 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중국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