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 ‘위장 미혼’하는 신혼들... “혼인신고 안하는 게 청약 유리”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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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3일 수요일

◇ ‘위장 미혼’하는 신혼들... “혼인신고 안하는 게 청약 유리”

◇ ‘위장 미혼’하는 신혼들... “혼인신고 안하는 게 청약 유리”

◇ ‘위장 미혼’하는 신혼들... “혼인신고 안하는 게 청약 유리”

경기도 화성 동탄에 사는 직장인 최모(30)씨는 작년 12월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직 법적으로는 ‘미혼’이다. 혼인신고를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남편과 상의했는데 혼인신고의 장점은 없고 단점만 많더라”며 “부모님도 ‘딱히 필요하지 않으면 살아보고 하라’고 하셔서 애 낳으면 그때 신고할 계획”이라고 했다. 혼인신고를 해봤자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도 최씨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맞벌이인 최씨 부부의 연간 합산 소득은 1억2000만원으로, 신혼부부의 주택청약 우선공급 기준인 도시 근로자 평균소득의 120%(8100만원)를 훌쩍 넘는다. 최씨는 “혼인신고를 안 하면 나와 남편이 각자의 통장으로 청약을 넣을 수 있어 분양 기회가 2배”라고 했다.

신혼부부가 혼인 사실을 국가에 신고하는 엄숙한 절차인 ‘혼인신고’조차 최근엔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했다. 신혼부부에 대한 부동산 지원은 적고, 제약은 오히려 많다 보니 유불리를 꼼꼼히 따져 ‘위장 미혼(未婚)’을 자처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며 신혼부부의 힘만으로는 전셋집 마련조차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혼인신고 역대 최저…IMF 때보다도 혼인신고 감소세 가팔라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혼인신고 잠정 집계 건수는 21만3513건으로, 통계가 집계된 198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7% 폭락해, 역대 가장 감소 폭이 컸던 1997년 IMF 당시(10.6%)를 넘어섰다. 기존의 결혼 감소세에 더해, 결혼을 하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 달 결혼 예정인 공무원 임모(28)씨는 설레는 마음에 작년 12월 혼인신고를 일찍 했다가 오히려 예비 신부의 구박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운 좋게 주택청약에 당첨됐는데 2023년 10월 입주 전까지 전셋집 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임씨는 “청약에 당첨된 것만으로도 1주택자로 간주하는 데다, 부부 합산 소득도 1억원이 넘다 보니 아무리 싼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서울보증보험에서 받는 3.08%가 최선이더라”며 “만약 혼인신고를 안 했으면 무주택자인 아내가 2% 정도의 이율로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혼인신고한 부부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사실상 독신보다 더 비싸게 전세 살게 만든 것 아니냐”며 “혼인신고한 장점이라곤 배우자 수당으로 월급에 4만원씩 더 나오는 것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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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높은 ‘신혼부부 특공, 각자 통장으로 청약 땐 ‘기회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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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를 미루고 ‘위장 미혼’으로 사는 젊은 부부들은 “지금 부동산 시장에선 혼인신고를 하면 도저히 집을 살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제공하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벽이 높고, 혼인신고를 하면 법적으로 ‘한 몸’이 되다 보니 각각 미혼 신분으로 청약을 넣을 때보다 기회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혼인신고를 하면 연말정산에서 배우자 공제를 받는 등 이점도 있지만, 부동산으로 얻는 이득만은 못하다는 게 젊은 부부들의 얘기다.

젊은 부부들에게 혼인신고 시점은 이제 ‘결혼’이 아니라, ‘부동산 사고팔기 유리할 때’가 됐다. 3년 전 결혼해 서울에 살고있는 임모(34)씨 부부도 아직 신고를 하지 않았다. 임씨 부부는 결혼 전 각각 재테크 수완을 발휘해 집을 한 채씩 샀다. 혼인신고를 하면 ‘1가구 2주택자’가 된다. 임씨는 “2017년 8·2 부동산 정책으로 다주택자에겐 양도세가 중과되는데, 신혼부부 양도세 면제는 혼인신고 후 5년까지”라며 “부동산 시장을 좀 지켜보다 집 팔기 좋은 시점에 신고하려고 한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29)씨 커플은 혼인신고 없이, 작년 10월 5억원을 주고 산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17평짜리 아파트에 함께 살고 있다. 김씨는 결혼해서 재산을 합하는 대신 여자친구에게 현금을 빌려주고 차용증을 받는 형태로 공동 재산을 꾸렸다. 김씨는 “정부가 신혼부부 특별공급 혜택을 주는 것은 혼인신고 후 7년까지”라며 “일단 더 나은 집으로 이사 갈 돈을 모아둔 다음에 신고할 생각”이라고 했다.

-”부동산 때문에 자식을 낳고도 미혼모로 남는 일 벌어져”

젊은이들이 모인 인터넷 결혼 준비 카페, 맘카페 등에는 ‘혼인신고의 유불리’와 ‘최적의 시점’을 묻는 글이 많다. “혼인신고 다들 언제쯤 하셨나요?” “청약 때문에 혼인신고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와 같은 글이다. 댓글에는 “요새 결혼 후 2년 정도는 안 하는 것 같다” “저도 안 했는데 10년 이상 안 할 예정”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혼인신고를 하지 말라고 부추기는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도 많다. 지난달 28일 한 부동산 블로그에는 ‘1주택자 신혼부부 최고의 재테크는 혼인신고 늦게 하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6일 한 유튜브 채널에도 ‘주택 여러 채를 가지면 세금이 많으니 자식을 낳고도 미혼모로 남는 사람들까지 생겨난다’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 당사자들이 원해서 혼인신고를 안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이렇게까지 해야 겨우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세태가 문제”라며 “정부가 혼인신고 안 하는 결혼 생활의 실태를 파악하고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경청해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