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사우스타코타주 러시모어산 석상
◇ 미국 사우스타코타주 러시모어산 석상
"-워싱턴, 제퍼슨, 루스벨트, 링컨… 18m 크기의 큰바위 얼굴
", "미국 여권 안에는 네 명의 대통령상이 실려 있어요. 미국 중북부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Mount Rushmore)에 조각된 미국 전직 대통령 4인의 석상이지요. 석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왼쪽부터 조지 워싱턴(1대·1732~1799), 토머스 제퍼슨(3대·1743~1826), 시어도어 루스벨트(26대·1858~1919), 에이브러햄 링컨(16대·1809~1865)의 얼굴이 보여요. 워싱턴은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오늘날 미국을 건국한 초대 대통령이고, 링컨은 흑인 노예 해방을 선언한 대통령으로 유명해요.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 역사상 최대 영토를 사들인 대통령이에요. 그는 1803년 캐나다 국경에서 미국 동남쪽 멕시코만(灣)에 이르는 광대한 중부 지역을 프랑스로부터 1500만달러에 사들였는데, 그 영토가 얼마나 컸던지 현재 미국 50주 중 15주가 당시 제퍼슨이 사들인 범위에 포함돼요. 212만㎢에 달하는 국토를 한꺼번에 확보한 덕에 훗날 그 후손들이 서부 태평양 연안까지 진출하는 초석이 되었으니 미국인들이 사랑할 만하죠.
"그 옆에 새겨진 시어도어 루스벨트도 미국의 확장에 도움을 주었어요. 그는 1901년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미국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모두 장악하려면 두 바다를 잇는 파나마운하를 건설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죠. 파나마운하는 그가 퇴임한 뒤에야 완공되었지만, 그의 공헌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A man A plan A canal Panama(한 사람이 있었고, 하나의 계획이 있었고, 운하가 탄생했고, 그것은 파나마)란 유명 문구 속 A man이 루스벨트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해요. 참고로 이 영어 문장은 소주 만 병만 주소처럼 뒤에서 읽어도 똑같답니다.
",해발 약 1750m에 달하는 러시모어산 정상 부근에 이토록 거대한 조각을 남긴 사람은 누구일까요? 미국의 조각가 거츤 보글럼(Borglum·1867~1941)입니다. 사우스다코타주로부터 작업 요청을 받고 적당한 공간을 물색하던 보글럼은 동남향이라 늘 햇볕이 잘 드는 러시모어산 암벽이 맘에 쏙 들었습니다. 작업은 1927년부터 1941년까지 14년간 작업자 약 400명이 참여하는 가운데 이뤄졌지요. 다이너마이트로 바위를 부순 뒤 얼굴 형상을 잡고 드릴과 정으로 세부 조각을 해나갔어요.
청년 시절 로댕에게서 조각을 배우기도 했던 그는 미국적 정신을 표현하는 대형 작품을 남기려고 했답니다. 흔히 규모가 크면 아름다움이 떨어진다고 말하는데, 얼굴 크기가 건물 6층 높이(18m)에 달하는 데도 불구하고 매우 섬세합니다. 특히 눈동자의 검은자위는 음각으로 그늘지게 하고, 그 안의 수직 기둥을 새겨 마치 동공에 맺힌 빛처럼 하얗게 보이게 한 효과는 백미예요.
보글럼은 공사 기간 자금난, 인력난, 여론의 비난 등 숱한 악재를 겪었지만 공사를 멈추지 않았어요. 당시 그는 "얼굴은 이미 산에 있다. 내가 할 일은 그것이 드러나게 하는 것뿐"이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보글럼은 1941년 3월 완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곁에서 조각을 돕던 아들 링컨 보글럼이 작업을 이어받아 그해 10월 완성했어요.
"최근 러시모어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에 연설을 하면서 다시 주목받았어요. 이곳은 원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땅이었고, 1980년 미국 대법원이 미국 정부는 원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해요. 이곳에서 우리는 오늘날 미국을 만든 네 사람의 커다란 얼굴과 한 사람의 집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