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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6일 수요일

◇ 복날 보양식엔 민어탕

◇ 복날 보양식엔 민어탕

◇ 복날 보양식엔 민어탕

"아따 이 실한 놈들 보시오, 최상품이어라." 전남 목포시 해안로 연안부두에 정박한 6t급 연안통발 어선 미성호 선장 장춘석씨가 "무게가 10, 11㎏ 나가는 자연산 민어 두 마리를 산 채로 잡아왔다"고 말했다. 연락을 받고 부두에서 기다리던 부두수산 대표 이상만씨가 민어 상태를 살피더니 "스트레스를 안 받아 빛깔이 곱다"며 "최고여"라고 엄지를 내밀었다. 이날 장씨는 목포에서 가까운 신안 임자도 바다에서 새우 미끼를 쓴 주낙(여러 낚싯줄을 매단 어구)으로 민어를 잡아올렸다. 성질이 급한 민어는 잡히면 펄떡이지도 않고 죽는데, 20년 민어잡이 경력의 장씨는 최상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민어를 살려서 왔다.

\수산물의 귀족\ 민어(民魚) 계절이 돌아왔다.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겨울을 난 민어는 초여름 서해로 올라와 여름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6~8월 산란 전 잡은 민어를 최상급으로 친다. 수명이 13년쯤 되는 민어는 자라면 길이가 1m가 훨씬 넘고, 무게는 20㎏에 달하는 팔척장신 바다 물고기다. 삼복더위에 몸값이 폭등하며 귀한 대접을 받는 고급 생선이다. "보양식으로 민어탕이 일품이요, 도미탕이 이품이며, 보신탕은 삼품이다." 조선시대부터 전해져오는 말이다. 더위를 물리치는 \복달임 음식\으로 민어탕은 예부터 으뜸이었다.

50년째 수산물 도소매업을 하는 이상만씨는 작업장에서 민어의 피를 빼고 한 마리씩 비닐에 감쌌다. 피가 살에 번지면 회 맛이 떨어진다. 이후 얼음이 깔린 스티로폼 상자에 민어 두 마리를 담아 빙장(氷藏)을 했다. 그다음 코스는 0도 온도의 냉장고 안이었다. 이씨는 "15시간 정도 시원한 상태로 보관하면 회 맛이 풍부해진다"고 말했다.

다음 날 민어 두 마리는 \목포 민어의 거리\ 한 민어 요리 전문점에 90만원에 거래됐다. 한 마리는 ㎏당 4만5000원인 45만원. 요즘 산란을 앞둔 민어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맛이 뛰어나 가격이 치솟는다. 지난달 29일 이씨는 "엿새 만에 민어가 ㎏당 6만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한여름에는 15㎏짜리 대물 민어 한 마리가 100만원(㎏당 6만6000원쯤)에 육박하기도 한다.

신안산 민어는 목포로 위판돼 대부분 소비된다. 서남해 수산물이 \물산의 집산지\ 목포로 집결한다. 목포가 민어의 고장이 된 이유다. 여름철, 산지 자연산 민어를 맛보려고 전국에서 식도락가들이 성지처럼 목포를 찾는다. 목포가 들썩인다. 해안가에 자리를 잡은 목포 근대역사 거리에 1969년부터 민어 요리 식당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처음엔 막걸리에 민어·병어·홍어·농어회를 파는 선술집 수준이었다. "민어는 역시 산지 목포에서"라는 인식이 깔리면서 1980년대 초 민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3곳이 등장했다. 1990년대 지금의 만호동 \민어의 거리\ 일대에 민어 전문점은 16곳으로 늘었다.

2000년대, 민어의 거리는 재편됐다. 40~50년 전통을 자랑하는 3곳을 비롯해 민어 코스요리 전문 횟집 7곳만이 \목포 민어\의 맛을 선보인다. 맛집 중의 맛집이 \100년 목포 민어\의 전통을 살리는 것이다. 1975년 영업을 시작한 중앙횟집 사장 김상복씨는 8년 전 전국에서 처음 민어 정식 코스 요리를 선보였다. 4인 한상(15만원)에 민어회, 초무침, 찜, 탕 등을 내놨다. 2016년 목포시 민어찜 명인으로 지정된 김씨는 "올해는 목포 민어를 맛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