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칼럼 둘
◇ 부동산 칼럼 둘
1. 끝모를 ‘부동산 궤변’
"‘호텔방 전세’를 포함한 빈 껍데기 전세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토부 장관은 또 저금리 탓, 인구 구조 탓을 들고 나와 국민 가슴에 염장을 질렀다. 국토부 1차관은 “임대차 3법은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가는 우리가 한번은 겪어야 될 성장통”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임대차법 때문에 전·월세 시장은 뒷돈이 오가는 암시장 난리통이 됐다. 그래 놓고 ‘성장통이라니, ‘궤변 올림픽’이 있다면 금메달감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언은 차고 넘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많은 것이 부동산 실정(失政)을 덮으려는 궤변이다. 문 정부 초기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밀어붙일 때 청와대 정책실장은 “내가 거기 살아봐서 아는데,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는 말로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주었다. 집값 상승이 역대 정권 최악으로 치닫는데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 하고, 국토부 장관은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이 “14%”라고 우겨 온 국민을 황당하게 했다.
부작용 우려가 컸던 임대차법을 날림 처리하면서 민주당 법사위원장은 “국민이 집의 노예에서 벗어난 날”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세 난민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큰소리 친 것과 달리 전세대란이 빚어지자 이번엔 전세 자체를 나쁜 제도로 몰아갔다. “전세제도가 왜 우리나라만 있어서 서민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 “전세는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을 지닌 제도”라고 몰아붙였다.
문 정부의 국정 패턴이 다 비슷했다. 소득 주도 성장 같은 새 정책을 실행할 때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고 큰소리치다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통계 수치를 입맛에 맞게 마사지해가며 “효과가 있다”고 우긴다. 더 우기기 힘든 상황이 되면 보수 정부 탓, 통상 환경 탓이며 야당 탓, 언론 탓으로 돌린다. 이마저도 통하지 않으면 ‘성장통’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논리까지 들이댄다.
"선동 정치 원조인 히틀러는 “국민은 이성보다 감성에 휘둘리기 때문에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더 잘 속는다”고 했다. 문 정부도 ‘큰 거짓말 전략을 쓰는 듯하다. 뻔한 거짓말인데도 하도 당당하고 뻔뻔하게 반복하니까 듣는 국민이 헷갈릴 지경이다. 그러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전세 대책 발효 후 인터넷 부동산 카페 등에선 조롱과 풍자가 넘친다. “조식과 룸서비스도 제공해라.” “호거(호텔 사는 거지) 만들 참이냐.” “다음 대책엔 캠핑카, 가정용 텐트까지 나온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 매수에 맞선 영끌 대책?=대책 없음.”
",2. 워런 버핏의 집값
워런 버핏의 집값투자의 신 워런 버핏의 별명은 ‘오마하의 현인’이다. 그는 미 중부 네브래스카 오마하에 살고 있다. 주식 투자자 중에는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그의 집 앞에서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사람도 많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기간에는 더 많은 사람이 오마하로 몰린다. 60년 넘게 살고 있는 그의 집은 2018년 보도에 의하면 약 65만달러, 한화로 7억2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버핏이 만약 자신의 집을 팔아 서울로 이사한다면 그는 25평 아파트를 사는 것도 힘들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서울을 벗어나 김포, 부산, 창원 등 가격 폭등세가 전국적이다. 사는 곳이 계급이 되었으니 이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어디 사냐고 묻는 것도 실례다. 오래전 트위터에 떠돌던 이야기가 있다. “담뱃값 모으면 집을 사겠다”는 선배의 충고에 감명받아 금연 후 그 돈을 모으기 시작한 P씨가 결국 강남에 아파트를 샀는데 그의 나이 1428세 때의 일이라는 얘기다. 지금이라면 P씨는 2000살을 넘겨야 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가 아들에게 말한다. “너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No Plan. 왜냐,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 되거든 인생이… 또 애초부터 아무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터져도 다 상관이 없는 거야.” 영화에서 그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다 순식간에 사라진 ‘대만 카스텔라’ 사업을 하다가 망한 인물로 그려졌다. 그의 사업은 계획과 다르게 예상치 못한 TV 고발 프로그램으로 한순간 날아간다. 그렇게 그는 반지하의 세계로 내려간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우울하지만 부동산 때문에 우울한 사람도 많다. 특히 아끼고 저축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워온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몇 억씩 올라버린 가격은 누군가의 꿈을 빼앗는 것이다. 그것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그들이 다시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사람에게서 꿈조차 빼앗는 것은 또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조선일보 소설가 백영옥의 말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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