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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9일 토요일

◇ 부부는 닮는다? 과연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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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는 닮는다? 과연 맞을까

흔히들 부부는 닮는다고 한다. 실제 주변을 돌아보면 사진만 보고도 부부라는 것을 맞힐 수 있을 정도로 외모가 닮은 한두 커플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 가설을 증명하는 연구들도 있다. 1987년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결혼 25년이 지난 부부 12쌍의 얼굴 변화를 사진으로 비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부의 외모 유사성이 커진다는 게 결론이다. 부부가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표정을 흉내내게 되면서 얼굴 모습이 바뀐다는 가설로 설명했다. 행복하다고 답변한 부부일수록 얼굴 유사성이 더 컸다고 했다. 2006년 영국 리버풀대 연구진도 부부는 살수록 닮아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최근 조금 다른 분석이 나왔다. 미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최근 부부가 닮는다는 건 근거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517쌍의 부부 사진을 수집해 신혼 때와 20~69년 후를 비교했다. 판정단 153명은 물론 인공지능까지 동원했다. 그 결과 부부의 얼굴은 살면서 서로 닮아가기는커녕 오히려 약간 더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대신 비교 대상자를 실제 배우자 및 무작위로 선정한 다른 5명과 비교한 결과 부부의 얼굴이 상대적으로 더 닮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부부는 살면서 닮아지는 게 아니라 원래 닮은 사람끼리 만난다는 것이다. 가끔 청첩장을 받아보면 ‘이 커플 참 닮았네’ 하는 생각이 드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부부는 살면서 닮는다는 주장이나 원래 닮아 있었다는 주장은 모두 통계적 분석을 통한 가설일 뿐이다. 중요한 건 두 가설의 공통분모인 부부는 닮은 구석이 많다는 점이다.

오래된 부부를 보면 닮은 건 얼굴만이 아니다. 비슷하게 생각하고, 가치관을 공유하고, 희로애락을 함께하다 보면 풍기는 인상도 닮아가기 마련이다.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비슷하다 보니 앓는 질병도 닮는다. 한평생 함께 생활한 노부부는 신체능력 저하 같은 노쇠가 함께 찾아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몇십년을 함께하면서 서로 닮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부부는 닮아야 잘 산다는 옛말도 외모의 유사성보다는 서로를 인정하고 닮아가려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이해하는 게 맞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