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암사 뒷간이 지방문화재라고요
"◇ 선암사 뒷간이 지방문화재라고요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 ‘선암사’.
선암사에는 특별한 명소가 있다. 무려 400년의 역사를 품은 ‘뒷간’이 그 주인공이다. 커다란 기와지붕 때문에 그곳이 화장실인지 모르고 지나갈 정도다. 악취를 피해 지면보다 높은 곳에 있고 통풍이 잘되도록 전후에 살창을 뒀다. 지금도 건축 전공 대학생들이 찾아와 사진촬영과 함께 짜임새를 조사하는 등 연구대상으로 인기가 높다.
또 남녀 칸으로 나뉘되 2열로 배치해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찰 화장실로는 드물게 국가 민속자료이자 전남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아마도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소설가 김훈은 저서 ‘자전거 여행’에서 선암사 뒷간을 두고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전남 승주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아, 똥이 마려우면 참았다가 좀 멀더라도 선암사 화장실에 가서 누도록 하라. 여기서 똥을 누어보면 비로소 인간과 똥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있다.(…) 사랑이여, 쓸쓸한 세월이여, 내세에는 선암사 화장실에서 만나자’. 이토록 고고하고 철학적이면서도 문학 소재로 사랑받는 화장실은 선암사 뒷간 말고는 없지 않을까.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