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야, 다문화"라고 부르는 교사가 있다고요
◇ 아직도 "야, 다문화"라고 부르는 교사가 있다고요
행복은 다양한 순간에 여러 표정으로 찾아온다. 그래서 지역마다 다른 언어가 자생해 발전했다. 호주 원주민 핀투피족은 엄마의 품처럼 안아주기라는 뜻의 ‘칸이닌파’란 말을 쓴다. 파키스탄의 파슈툰족이 쓰는 ‘멜마스티아’는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가기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인종과 종교 등을 따지지 않고 호의와 경의를 보이는 태도라고 한다. 최근 10회를 맞은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아름답게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그 따뜻한 말들을 읊조리게 됐다.
▷다문화가족 부문 우수상을 받은 중국 출신 이미화 씨는 틈나는 대로 복지관 이용자들과 이웃들에게 무료로 파마와 염색을 해 준다. 자신이 한국에서 미용사가 되기까지 받았던 도움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돌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년 전 담화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주자는 빈손으로 오지 않습니다. 보물 같은 그들의 문화만이 아니라 용기와 능력과 에너지와 열망을 가지고 옵니다. 그래서 그들을 받아들인 국가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약 222만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4.3%다. 한국은 3, 4년 후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다문화 다인종 국가’ 기준(인구 중 외국인이 5%)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외국인 중에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15만 명의 청소년이 있다. 이들을 엄마의 품처럼 안아 사랑으로 키우는 게 곧 글로벌 미래 세대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다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포용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문화 세대는 좋은 법규와 제도, 성장과 통합 프로그램 못지않게 한국인들의 인간적 친밀함을 원한다.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는 저서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한국인이 다 되었네요”라는 말이 이주민들에게 모욕감을 준다고 썼다. 그 말에는 아무리 한국에 오래 살아도 당신을 온전한 한국인으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전제가 깔렸다는 것이다. 차별당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는데 스스로는 차별하지 않는다고 믿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많은 게 현실이다.
▷다문화라는 말은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존중을 강조하는 사상인 다문화주의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좋은 말도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이 누군가를 차별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면 흉기가 되기도 한다. 교사로부터 “야, 다문화”라고 불려 상처를 받는다는 어느 중학생의 고백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내 안에 차별주의자가 사는 건 아닌지 자주 들여다보는 차별 감수성을 키워야 다름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 횡설수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