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 알고 보니 '회색 수소'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 알고 보니 '회색 수소'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4년 3월 9일 토요일

◇ 알고 보니 '회색 수소', 방향 잘못 잡은 '수소 경제 몰빵'

◇ 알고 보니 회색 수소, 방향 잘못 잡은 수소 경제 몰빵

"

◇ 알고 보니 회색 수소, 방향 잘못 잡은 수소 경제 몰빵

",

지난 6월 산업부는 ‘그린 수소 해외사업단’을 발족하고, 30여개 기업과 수소를 수입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였다. 연료전지에 대해 정부는 화려한 말의 성찬을 보여줬지만, 기술적 결론은 그냥 “외국에서 사온다”! 그리고 한 술 더 떠 이걸 코로나19 대책으로 포장하였다. 재난을 핑계 삼아 그냥 자기들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전형적 ‘재난 자본주의’다. 그린, 퍼스트 무버, 뉴딜, 별의별 얘기로 포장되었지만, 공무원들이 그리는 우리의 미래는 다시 한번 에너지 수입국으로 가자는 얘기다. 그럼 정책 포장지의 ‘그린’이라도 떼어내든지.

흔히 수소경제라고 불리는 연료전지는 원래는 잠수함이나 우주선같이 극도로 제약이 있는 조건에서 쓰는 기술이다. 제한적이고 특수한 용도로 썼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3년 신년사에서 수소자동차를 언급하면서 이 논의에 결정적 전환이 발생한다. 원자력 쪽을 강화하면서, 이와 맞추어 남아도는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게 부시의 선택이었다. 미국이 그렇게 간다니까 한동안 수소 열풍이 불었는데, 경제성과 대중성을 이유로 미국이 슬그머니 수소차 전면화에서 발을 뺐다. 일본에서 가정용 연료전지 정책이 강화된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다. 순환 송전을 하다 보니까 집집마다 자가 발전기를 갖추게 될 요인이 생겼다.

한국에서는 수소를 기후변화 대응 기술로 소개하지만, 현실은 아직 그렇지 않다. 세계에너지기구 배출계수에 따르면 현재 기술로 수소 1t을 만드는데, 이산화탄소는 11t이 나온다. 그래서 이걸 ‘회색 수소’라고 부른다.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2040년쯤 되면 녹색 수소가 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부 주장인데, 앞으로 20년간은 수소를 만들수록 적지 않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죽기 살기로 20년 내에 녹색 수소 단계로 가보겠다는 게 정부 주장인데, 말은 그렇게 해놓고 자신들도 믿지 못하는 계획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거다” “수소는 걱정 말고 우선 인프라에 투자해라” 현장 공무원들은 그렇게 설명한다.

지금 한국에선 메탄(CH4)이 주성분인 천연가스에 전기를 사용해서 수소를 추출하고, 이걸로 연료전지를 작동시킨다. 계산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 산업연구원 자료로는 발열 손실 60%에 송전 손실 5%가 발생, 원래 에너지의 35%만 발전에 이용된다. 그나마 이건 높은 편이다. 수소 추출과 발열 손실 등을 따지면 30% 정도라는 2015년 펠로의 연구도 있다. 천연가스와 전기를 그냥 쓰면 이것보다는 효율이 높은데, 굳이 수소로 전환하면서 에너지 손실이 꽤 크게 발생하게 된다. 수소 생산에 전기를 쓰게 되니까, 배출 계수에 따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도 같이 높아진다.

그러면 유럽은 왜 하느냐? 재생에너지의 공급이 늘다 보니까 남는 전기를 수소 형태로 저장하는 것에 대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지금 배터리 기술의 한계로 수소가 기술적 이득이 있기는 하다. 수소는 고압으로 액화하면 자체 에너지의 30~40%가 손실된다. 액화수소의 경우는 저장 과정에서 하루에 1%씩 손실이 생긴다. 현재 배터리보다는 낫지만 어차피 장기 저장은 어렵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워낙 남으니까 일단 해보는 정도다. 우리의 재생에너지 보급은 그 단계도 아니다.

전기차에 비해 수소차가 갖는 제일 큰 장점은 충전 시간이다. 그러나 20년이 지나면 배터리 기술도 발전한다. 무엇보다도 무선 충전 기술이 발달해서, 달리면서 바로 전기차에 충전하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20년 후에도 수소차가 기술적 경쟁력이 있을까?

더 어려운 건 주민 수용성이다. 수소 폭발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확률상 제로는 아니다. LPG 충전소도 요건을 맞추다 보니 시내엔 못 들어가고, 폐기물 소각로도 설치할 곳을 못 찾아 쓰레기 대란을 맞게 된 나라다. 그러다 보니 수소발전기를 섬으로 가지고 가겠다는 정책을 모색 중인데, 대체 왜 이 짓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방향을 이상하게 ‘수소경제 몰빵’으로 잡으면서 이미 전기차 보급에 피해가 발생했다. 출퇴근용 일상생활에서는 전기차처럼 작동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정책적 피해를 봐서, 미래차 기술 로드맵의 중간단계가 깨져간다. 도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이 기세를 떨치는 동안, 우리만 플러그인 보급이 지지부진하다. 플러그인으로 갈 보조금을 수소차가 다 가져간다. 전기차 요금에 대한 한전 대책도 수소차에 밀리다 보니, 가뜩이나 어려운 전기차용 전기요금도 올리겠다고 한다. 회색 수소로 회색 뉴딜을 한 결과다. 이게 어딜 봐서 그린 뉴딜인가?

이 흐름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민주당이다. 대중정치를 해야 해서 그렇다. 지금이야 정부가 “이게 녹색입니다”라고 하도 세게 홍보를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지만, 자기 동네에 수소 충전소나 발전기가 들어온다고 할 때, 주민들이 결국 도와달라고 여당과 지역 정치인을 찾게 된다. 국민의힘이야 정부 욕하면서 주민들 편에 서면 그만이다. 그때 민주당은?

"

-경향신문 우석훈의 경제수다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