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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9일 토요일

◇ 연방의원 당선, 순자·은주·영옥의 아메리칸 드림

◇ 연방의원 당선, 순자·은주·영옥의 아메리칸 드림

◇ 연방의원 당선, 순자·은주·영옥의 아메리칸 드림

1902년 12월22일 제물포항에서 한국인 101명을 태운 미국 상선 겔릭호가 이듬해 1월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이들의 미국행은 한인 노동자를 파견해달라는 하와이사탕수수재배협회의 요청을 고종이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사상 첫 미국 이민이었다. 이후 1905년까지 모두 7226명이 미국 이민선에 올랐다. 먹고살기 힘든 조선 땅을 떠나는 그들의 마음 한쪽에는 ‘황금의 땅’ 미국에서 새 삶을 일구겠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자리잡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미국 내 한인은 1만명을 넘지 못했다. 일제가 한인의 미국 이주를 막은 데다 미국 또한 1924년부터 한인 이민 금지법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한국에 주둔한 많은 미군들은 한국 여성과 결혼한 뒤 함께 미국으로 들어갔다.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군 남편을 따라 이민간 한국 여성은 9만명이나 됐다.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은 미국 이민의 또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팍스 아메리카’ 시대를 맞아 너도나도 미국에서의 성공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넜다. 그 결과 미국은 재외동포(2018년 기준 254만명·재외국민 포함)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됐다.

메릴린 스트리클런드는 1962년 9월 서울 용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한국인(김인민)이고 아버지가 미국인(윌리 스트리클런드)인 그는 어릴 때 ‘순자’로 불렸다. 두 살 되던 1964년 본국 부대로 배치된 아버지를 따라갔다. 워싱턴주 타코마 시의원·시장을 역임한 그는 올 연방선거에서 연방하원 의원이 됐다. 동양계는 물론 흑인 여성으로서도 첫 타코마 시장이었다. 그는 지금도 “나는 한국의 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미셸 박 스틸(65·한국명 은주)과 영 김(57·한국명 영옥, 사진)도 캘리포니아주에서 나란히 연방의원으로 선출됐다. 두 사람 모두 젊은 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1.5세대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인 동포의 미국 연방하원 진출은 앞서 김창준 전 의원(81)이 있었고, 연이어 뉴저지주에서 재선에 성공한 앤디 김 의원(38)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계 여성 3명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당선된 것이다. 소수민족·여성의 차별을 딛고 성취한 순자·은주·영옥씨의 아메리칸 드림. 120년 미국 이민사에 기록돼야 할 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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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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