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층의 反中 정서
◇ 젊은 층의 反中 정서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에게서 청년들 사이에 번지는 반중(反中) 감정을 전해 들었다. 수업 중에도 큰소리로 말하는 중국 학생들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강의 들으며 구운 김을 뜯어 먹는 모습도 봤다고 한다. 새내기들은 선배가 전수한 ‘중국 학생들이 듣는 강좌 리스트’를 꿀팁이라며 공유한다. 피하려는 것이다. 학교 근처에 원룸을 구할 때도 중국인이 있으면 발길을 돌린다고 한다.
586세대가 대학 다니던 1980년대 캠퍼스엔 외국인이 드물었다. 반미·반일 정서가 대학가를 지배했지만 역사 인식에서 비롯됐을 뿐, 살면서 피해를 본 일은 없다. 그래선지 미국, 일본을 욕하다가도 두 나라 관광객을 보면 친절을 베풀었다. 반면 요즘 20대 청년들 사이에 번지는 반중 정서는 일상의 접촉을 통해 쌓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19년 기준 한국에 유학 중인 외국인 대학생·대학원생은 약 14만2000명이다. 이 중 중국인이 전체의 절반인 약 7만여명이다. 중국 유학생 1000명이 넘는 서울 소재 대학이 17곳이다. 중국인이 재학생 10명에 한 명꼴인 대학도 있다. 젊은이들의 일상 자체가 중국인과 부대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세 먼지와 황사가 겹쳤다. 서해의 무법자인 중국 불법 어선 문제도 있다. 방탄소년단 등 한류 스타들을 괄시하고, 고구려만이 아니라 한복과 김치까지 자기들 것이라 우기며, 남자가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무개념 행태 등이 젊은 층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조선 태종과 왕자들이 악령과 맞서 싸우는 내용의 한 TV 드라마가 최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충녕대군이 바티칸에서 온 가톨릭 사제에게 중국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에서 사달이 났다. “배경이 조선인데 왜 중국 음식을 쓰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마귀를 쫓는 판타지 드라마일 뿐인데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방영 중단 요구가 빗발쳤다. 이 현상은 젊은 층의 반중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MZ세대로 불리는 한국 청년들은 집단보다 개인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며, 인권·공정의 가치에 민감하다. 이런 청년들이 공산당 독재 체제에 세뇌된 중국 청년들과 일상 공간에서 얽히니 사사건건 부딪친다. 홍콩 민주화 시위 때 국내 대학 대자보 훼손 문제로 충돌한 게 대표적이다. 그래도 혐오로 증폭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민족 감정은 숙취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숙취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술을 계속 마시면 악화한다. 이웃으로 지내는 것이 숙명이라면 공존의 지혜를 찾는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