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물은 무겁다…오대산 금강연 우중수牛重水
◇ 좋은 물은 무겁다…오대산 금강연 우중수(牛重水)
몇 년 전에 일본의 생수업체 몇 곳을 돌아보면서 깨닫게 된 이치는 실버 산업의 핵심이 먹는 물이라는 사실이었다. 고령 사회에서 영양제나 건강식품을 매일 복용하는 것보다는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된 좋은 물을 먹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좋은 물을 매일 먹는 것은 곧 약을 먹는 셈이다. ‘물이 좋아서 장수한다’는 옛 어른들의 이야기는 오랜 체험에서 우러난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집 앞에 좋은 샘물이 있는 집터를 최고로 친다.
전남 구례에 사도리(沙圖里)가 있다.
1000년 전쯤 지리산의 어떤 도사가 도선국사에게 풍수의 이치를 모래에 그려서 알려주었다는 동네이다. 여기에 도선국사가 개발한 ‘당몰샘’이라는 유명한 샘물이 있다. 이 당몰샘 옆에 사는 80대 토박이 노인에 의하면 ‘윗대 선조가 전국의 좋은 물을 찾아다니다가 이 당몰샘 물을 저울에 달아보니까 무거워서 여기에 집터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좋은 물은 무겁다는 게 핵심이다.
무겁다는 것은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는 뜻 아닐까?
서울 한강의 가운데로 흐르는 물을 강심수(江心水)라고 해서 특별히 중요하게 여겼다. 우중수(牛重水) 또는 우통수라고도 한다. 우중수 역시 무겁다는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강원도 오대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비중이 높아서 다른 물과 섞이지 않고 한강의 가운데로 흐른다고 한다.
이 우중수, 강심수는 임금님이 즐겨 마시던 물이었다. 임금님 세수도 이 물로 하였다. 서울의 양반 집안에서도 한약을 달일 때는 하인을 시켜서 이 우중수를 길어다가 썼다. 그만큼 품질이 좋은 물로 평판이 자자했던 물이다.
그렇다면 우중수를 어떤 방식으로 떠 왔을까?
배를 타고 한강 가운데쯤으로 가서 두꺼운 뚜껑이 달린 옹기 또는 도자기를 강물 속으로 집어넣는다. 강물의 2~3m쯤 깊이로 옹기가 내려갔다고 여겨지면 옹기 위의 뚜껑에 연결된 줄을 잡아당긴다. 물론 옹기에도 줄이 연결되어 있고, 뚜껑에도 따로 줄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였다. 줄을 잡아당겨 뚜껑을 열어 우중수가 옹기 속에 들어가면 다시 뚜껑을 닫는다.
이런 방식으로 오대산에서 수백㎞ 내려온 한강 물을 길어 갔다. 오대산 월정사 앞 금강연(金剛淵)이 이 우중수의 실질적인 발원지이다. 지난 장마에 갔을 때는 오대천이 범람하여 금강연의 물이 용출하는 장면을 못 보았다. 엊그제 오대산 문화포럼에 강연하러 가서 보니까 지름 3~4m, 깊이 5m 금강연에서 솟아오르는 물을 볼 수 있었다.
"-조선일보 조용헌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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