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가을이 아쉬을 땐 제주도로
◇ 짧은 가을이 아쉬을 땐 제주도로
짧은 가을이 아쉽다고 느낄 때 정답은 ‘제주도’다. 제주는 언제 가도 좋지만 가을 제주는 좀 더 특별하다. 바람이 적게 불고, 습도가 낮아 제주 여행에 가장 좋은 계절이 가을이다. 또 억새와 단풍, 코스모스 등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풍경이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 메밀, 콩, 감귤 등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제주 음식도 입맛을 자극한다. 요즘 제주는 ‘가을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 여기가 바로 억새 맛집
11월 제주의 오름과 들판은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솜털 보송보송한 억새가 그 변신의 주인공이다. 제주에는 억새가 군락을 이룬 사진 촬영 명소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풍력발전단지는 수많은 억새 명소와 차별화된다. 커다란 날개가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와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하얀색 발전기 날개와 금빛 억새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군데군데 순백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검은색 정장을 입은 신랑이 억새밭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억새밭이 주차장과 맞닿아 있어 접근성도 좋다.
해발 400m 고지에 발달한 화산 분화구인 산굼부리에도 사람 키보다 큰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산굼부리의 특징은 구두리오름, 말찻오름, 넙거리오름 등 10개의 오름을 배경으로 억새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굼부리 중앙에 분화구가 있는데, 하루 5차례 해설사가 설명해주니 시간을 꼭 확인하는 게 좋다. 억새밭 외에도 분화구를 따라 자란 구상나무 길을 걷거나 넓게 펼쳐진 잔디 위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억새와 수크령이 능선을 뒤덮고 있는 백약이오름도 빼놓을 수 없다. 오름에서 나는 약초가 100가지가 넘는다고 해서 백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잘 정비된 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 부근에는 형형색색의 가을 야생화들이 피어 있어 눈이 즐겁다. 분화구 형태인 백약이오름은 분화구를 따라 한 바퀴 돌면 제주 동부의 오름과 풍경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한적한 분위기여서 신혼부부나 연인들이 자주 찾는 명소다.
▶ 한라산 단풍은 바로 여기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제주의 가을 숲길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해발 600∼700m에 위치해 다양한 나무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산책 코스도 다양하다. 길이 2.2km(약 40분 소요)의 어울림 숲길부터 숲길 산책로(5km·약 2시간 소요), 마라도와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는 법정악 전망대까지 가는 전망대 산책로(3km·약 90분 소요)가 있다. 짧게 걷고 싶다면 670m 길이의 무장애 숲길을 선택하면 된다.
서귀포자연휴양림의 특징은 승용차로 3.8km에 달하는 차량순환로를 따라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창문을 연 채 한적한 숲길을 달리다 보면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숲 향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다만 이동하는 도중에 차량은 지정된 구역에만 세울 수 있다. 야영을 할 수 있는 덱과 숙박시설도 마련돼 있지만 사전 예약은 필수다.
▶ 방긋 웃는 코스모스
가을을 대표하는 꽃인 코스모스도 제주 곳곳에 화사하게 피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에 위치한 신화가든에는 제주에서 가장 뜨고 있는 코스모스 정원이 조성돼 있다. 축구장 면적과 비슷한 약 7500m² 대지에 코스모스가 활짝 얼굴을 내밀고 있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가 코스모스를 대신한다. 꽃이 핀 정원에서 약 300m 길이의 산책로를 따라 자유롭게 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왕따나무’와 곳곳에 놓인 색깔의자가 사진 명소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