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로 뉴욕 엑소더스 시작됐다
◇ 코로나로 뉴욕 엑소더스 시작됐다
근래 미국 미디어는 ‘뉴욕 엑소더스’라는 현상을 여러 번 소개했다. 말 그대로 뉴요커들이 뉴욕을 떠나는 것이다. 뉴욕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에서 몹시 선망받던 도시 중 하나였다. 많은 사람이 좋은 직장과 도시의 세련된 문화를 동경하여 뉴욕을 선택했다.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 업무는 재택으로 한다. 공연장, 미술관, 레스토랑과 같은 뉴욕 문화의 아이콘들도 문을 닫았다. 온라인이 대세가 되면서 첨단 디자인으로 고객을 유혹했던 상점들도 사라졌고, 공연은 넷플릭스로 대체됐다.
뉴욕의 비싼 물가, 높은 세금, 바퀴벌레나 소음 등은 원래부터 있던 문제다. 하지만 근래 뉴요커들은 정치적 이유를 이야기한다. 현 시장 빌 더블라지오의 임기 동안 경험하고 있는 부정적 변화다. 범죄가 늘고, 길거리는 지저분하고, 노숙자는 돌아다니며 아무 데나 널브러져 있다<사진>.
코로나 사태로 공연을 보지 못하고 레스토랑 이용을 제한당하는 건 이해하고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거리가 더러워지고 치안에 불안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뉴욕은 지난 3년간 인구의 10%를 잃어버렸다. 사람들이 떠나면서 건물은 비고, 상가나 아파트 대여로 유지하던 건물주들은 은행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 세금은 걷히지 않아 당장 세수 문제가 발생한다. 충분한 재정 없이는 뉴욕처럼 커다란 도시를 운영할 수 없다. 총체적 경제 생태계의 파국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뉴욕은 30년 만에 최악의 모습이다. 코로나는 도시 미관도 감염시켰다. 도시가 추해지니까 사람들도 관용이 없어진다. 뉴욕에는 언어와 인종,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관대함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 잃어버리고 있다. 일상이 피곤해져 이상적 가치를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뉴욕은 항상 회복하고 극복해 왔다. 경제 공황, 1980년대 최악 범죄 도시, 9·11 테러, 2008년 금융 위기 등도 모두 극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번에는 옛날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다. 현재 뉴욕은 쿨하지 않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