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발 ‘니트족’ 폭증
◇ 코로나발 ‘니트족’ 폭증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방 가족의 아들, 딸은 대입 실패 N수생으로 나온다. 하지만 공부도, 일도 않고 백수로 살다 명문대생으로 신분을 위장해 부잣집 과외 선생 자리를 꿰찼다가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사회학에선 이처럼 학교에 다니지도, 취업도 하지 않는 청년 백수를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으로 분류한다. 코로나 사태가 니트족 숫자를 급격히 불리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가 우리나라 30세 미만 니트족 수가 작년 한 해 동안 24% 늘어 43만6000명에 이른다는 통계를 내놨다. 고용 통계에 잡히는 30대 백수까지 포함하면 ‘그냥 쉬고 있다’는 청년이 74만명에 이른다. 1년 새 31% 급증했다. 이 중엔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취업 경력이 전무한 ‘취업 무경험자’가 32만명이나 포함돼 있다.
나라마다 사정이 비슷하다 보니 니트족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많다. 미국에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않고 부모에 기생하는 청년을 ‘낀 세대’라는 의미로 트윅스터(twixter)라고 부르고, 이탈리아에선 엄마가 해주는 밥에 집착한다는 뜻으로 맘모네(mommone), 독일에선 줄창 집에 눌러 앉아 있다는 의미로 네스트호커(nesthocker)라고 부른다. 코로나 사태는 세계적으로 니트족 급증을 유발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세계 청년 6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고령화 선진국 일본이 니트족의 미래를 보여준다. 일본에선 45~54세 연령대 중 부모에 빌붙어 사는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이 158만명(2016년 기준)에 이른다고 한다. 이 문제를 연구한 대학교수는 “20년 장기 불황이 시작된 1990년대 초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기생했던 독신자 중 3분의 1 이상이 그대로 50세가 됐다”고 말한다.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 115만명 중 40대 이상이 절반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니트족 상당수가 일본처럼 중년 캥거루족이 되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선진국은 복지 사기가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황금종려상 수상 일본 영화 ‘어느 가족’처럼 가족도 아닌 캥거루족 5명이 연금생활자 할머니 한 명에게 빌붙어 사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프랑스에선 연금 수령자가 죽어도 가족들이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계속 연금을 타먹는 사례를 막기 위해 매년 병원이 발급하는 생존증명서를 제출하는 걸 의무화했다. 니트족 급증이 세계 공통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조선일보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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