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의 실업급여 중독
◇ 한국과 미국의 실업급여 중독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주 미국 물류창고에서 일할 7만5000명 채용 계획을 밝히면서 평균 17달러(약 1만9300원)의 시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현재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갑절인 15달러로 올리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고려할 때 낮지 않은 급여다. 코로나19 백신의 빠른 접종과 경기회복으로 일감이 많아지는데 일하려는 사람이 적다 보니 높은 임금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구인난의 원인으로 실업수당이 지목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3월 통과시킨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구제법안’은 실직한 이들에게 기존 실업수당과 별도로 매주 300달러를 9월 초까지 얹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평균 387달러의 실업수당을 받던 미국 실업자의 주당 수입은 687달러로 높아졌다. 연봉으로 치면 3만5700달러이고 소득세도 내지 않는 실속 있는 소득이다.
최저임금을 받고 평균적인 근로시간을 일한 미국인이 벌 수 있는 연봉은 1만3000달러다. 일하지 않아도 그보다 2배가 훌쩍 넘는 수입이 생기다 보니 감염 위험이 남아 있는 일터에 복귀하려는 실업자가 많지 않다. 학교가 정상화되지 않아 자녀를 돌봐야 하는 여성들도 재취업을 늦추고 실업수당을 받는 게 이득이다. “실업수당이 구직 활동을 막는다는 증거가 없다”며 버티던 바이든 대통령도 결국 지난주에 “실업자는 적합한 일자리를 제안받으면 수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혜택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실업급여 하루 하한액은 6만120원, 월 181만 원으로 최저임금을 받고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할 때 받는 182만 원과 불과 1만 원 차이다. 정부가 2019년부터 실업급여 혜택을 대폭 늘린 영향이다. 단기간 일한 뒤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권고사직’시켜 달라고 사업주에게 요구하는 종업원들도 있다고 한다. 5년간 3번 이상 실업수당을 받은 사람이 9만4000여 명이나 된다. 고용보험기금 고갈 위험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수급 횟수가 많아지면 지급액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장을 잃고 생계의 위협을 받는 이들을 정부가 지원하는 건 당연하지만 과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실업급여 중독’ 현상을 앞서 경험한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선진국들은 정부기관의 취업 제안을 계속 거절하는 실업자에 대해 실업수당 지급 기간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일터 복귀를 유도한다. 한국도 코로나19 이후 세금을 퍼부어 만든 일자리, 실업 대책의 부작용을 서둘러 점검할 때다.
-동아일보 횡설수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