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만 ‘탄소 중립=탈원전’
◇ 한국만 ‘탄소 중립=탈원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5월 발표한 ‘2050년 넷 제로(탄소 중립) 로드맵’에서,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 5%에서 2050년 11%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은 전력뿐 아니라 수송·난방·산업용으로도 쓰일 수 있어 앞으로 그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IEA는 “원자력은 탄소 중립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원자력 발전량이 꾸준히 늘어 2030년엔 40% 늘고 2050년엔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급격히 늘더라도 원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50년에도 8%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2050년 선진국에서는 원전 비율이 18%에서 10%로 주는 반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는 5%에서 7%로 증가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2%포인트 감소한 8%가 될 것으로 봤다.
미국 캘리포니아 태양광이나 영국 북해 해상 풍력 등 한국보다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훨씬 좋은 선진국들도 원전 비율을 축소하더라도 10%는 유지할 것이란 얘기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치 않은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고,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려면 원전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IEA는 선진국은 주로 기존 원전 수명을 연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IEA는 “수명 연장은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저탄소 전력원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미 원전 6기의 수명을 80년까지 연장했고, 추가로 4기에 대해서도 80년까지 수명 연장을 검토 중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 세계 탈원전 붐을 일으켰던 일본도 탄소 중립을 위해 60년 이상 가동을 검토 중이다. IEA는 또 “원자력 기술은 최근 안전성 측면에서 크게 향상됐다”며 “SMR과 첨단 원자로 설계가 실증 단계에 접어들었다”고도 했다.
전 세계에서는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라는 인식하에 첨단 원전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독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29%였던 원전 발전 비율을 2050년 6~7%까지 축소하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30년 만에 20%포인트 이상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IEA 로드맵에서 선진국의 원전 비율 축소(8%포인트)보다 훨씬 과격하고 급진적이다. 현실성도 결여됐다.
세계적으로 기술력과 경제성, 안전성을 인정받은 원전 기술을 내팽개치고, 아직까지 기술 개발이 미미해 가까운 미래 상용화가 어려운 수소·암모니아 등 ‘신(新)전원’을 13~21%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아니라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탈원전 이행안’이라고 하는 게 낫다.
-조선일보 데스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