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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0일 일요일

◇ 586의 싸가지 정치

◇ 586의 싸가지 정치

◇ 586의 싸가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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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는 ‘싹수’라는 단어의 사투리다. 싹수는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라는 뜻이었던 반면 싸가지는 어떤 사람이 타인에 대한 예의나 배려가 있느냐 없느냐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쓴다. 1980년대 KBS 기자는 라디오 ‘재미있는 말 코너에서 ‘싸가지’와 ‘쪽팔리다’라는 단어를 소개하려다 담당 PD에게 ‘방송에서 쓸 수 없는 부적절한 단어라는 지적을 듣고 포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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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속된 표현이었던 싸가지가 노무현 정부 때 정치권에 본격 등장했다. 탄핵 역풍을 타고 국회에 대거 입성한 ‘탄돌이’ 초선 의원들이 막말을 쏟아내면서 ‘싸가지 없는 진보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유시민 의원은 동료 여당 의원에게 “어떻게 옳은 말을 저렇게 싸가지 없게 하는 재주를 배웠을까” 하는 탄식을 들었다. 정대철 여당 상임고문은 젊은 의원들이 “싸가지 없고 천박하다”고 걱정했고, 유인태 정무수석은 후배들 이름을 거론하며 “쟤는 왜 저렇게 싸가지가 없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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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치가 문재인 시대로 넘어온 이후에도 싸가지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때 안희정 캠프 관계자가 “싸가지 있는 친노는 모두 안희정 후보 쪽에 와 있다”고 해서 문재인 후보 진영을 들끓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 자신도 자서전에서 “우리의 이념, 정책, 주장 때문이 아니라 그걸 표현하는 태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거리를 둔다”면서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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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엊그제 ‘싸가지 없는 정치’라는 책을 냈다. 이 정권의 내로남불과 일방주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그 이유로 집권 세력의 싸가지 없음을 꼽았다. 강 교수는 머리말에서 “이 정권의 싸가지 없음은 단지 예의범절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오만으로 이어진다”고도 했다. 오만하기 때문에 “진보를 완장처럼 이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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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책에서 말을 싸가지 없게 하는 이들로 586 정치인들을 꼽았다. 그 사례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2016년 총선 때 ‘싸가지 없는 막말의 대명사로 지목받으며 컷 오프 당했던 전 의원은 요즘도 심심치 않게 튀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서 새로 입성한 젊은 정치인 중에서도 싸가지 발언으로 주목받은 단골들이 생겨났다. 싸가지 회복은 친노, 친문 정치권이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가 돼버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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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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