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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7일 목요일

◇ 8월부터 ‘탐정’ 간판 달 수 있다

◇ 8월부터 ‘탐정’ 간판 달 수 있다

◇ 8월부터 ‘탐정’ 간판 달 수 있다

1. 2016년 10월, 경기도 오산의 한 왕복 6차로 도로에서 승용차 여섯 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처음 경찰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선을 바꾼 앞차 윤모(55)씨에게 80%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윤씨의 의뢰를 받은 민간 조사업체는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뒤따르던 차가 규정 속도인 60km보다 높은 86km로 달렸다는 사실을 밝혔다. 경찰은 기존 판단을 뒤집고 윤씨의 과실을 20%로 조정했다.

2. 지난 4월 국내 한 기업 대표에게 협박물이 담긴 소포가 도착했다.

일본에서 발송한 소포 안에는 ‘대표직을 내려놓으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와 부엌칼, 여자 속옷, 마네킹 손가락 5개 등이 들어 있었다. 의뢰를 받은 민간 조사업체는 아세톤 시약 등 화학물질을 사용해 물건에 찍힌 지문을 검출했다. ‘협박범을 찾아 달라’며 경찰에 신고한 기업 대표는 이 지문을 소포와 함께 경찰에 제출했다. 해당 조사업체 대표는 “해외에서 ‘탐정’으로 불리는 사람과 같은 일을 한다”고 소개했다.

탐문·관찰 등 합당한 수단으로 사실관계 등을 조사하는 탐정은 교통사고나 화재, 보험 사기 등의 사건에서부터 기업 부정 조사, 해외도피자 추적까지 다양한 일을 한다. 때로는 검경의 수사 결과나 법원 판결을 뒤집는 결정적 증거를 가져오기도 한다. 한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35개국)이 탐정제도를 운영 중이다. 미국·일본·독일에선 각각 2만~6만 명의 탐정이 활동 중이다.

다음 달 5일부터 한국에서도 ‘탐정사무소’ 개업이 공식적으로 가능해진다. 1977년 이후 신용정보법에 따라 탐정업과 탐정 명칭 사용이 금지됐는데,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탐정 명칭 사용 가능 결정을 한 데 이어 국회가 올해 2월 신용정보법에서 탐정 명칭 사용금지 조항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탐정업인 민간 조사원을 전업 또는 겸업하는 숫자가 이미 2000여 명이다. 유우종 한국탐정중앙회 회장은 “이번 법 시행으로 민간 조사원이 대부분 탐정 사무소를 개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인터넷에 ‘탐정’을 검색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4년 차 민간 조사원은 “수사기관의 불성실한 조사에 불만이 있거나 재판에서 증거 부족으로 답답해하는 분이 많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유 회장 역시 “아무리 훌륭한 공권력이라도 시민들의 모든 억울함을 풀어주지는 못한다”며 “공정한 사건 해결을 위해 탐정은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탐정 사무소의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민간조사업 자격증은 경찰청에 등록한 협회 9곳에서 발급해 준다. 권대원 대한탐정협회 부회장은 “탐정을 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아직 검증된 탐정 자격 제도가 정착돼 있지 않다”며 “기존 흥신소 업무를 그대로 하려는 이들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권 부회장은 “탐정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성”이라며 “경찰청 관리를 지금보다 강화하거나 공인탐정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생활 침해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유우종 회장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위치정보법 등 제재하는 법이 많다”며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탐정 활동을 보장한다면 사생활 침해는 기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 탐정의 불법행위 시 자격을 박탈하고 보증인 3인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다고 한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