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배추 따서 쌈 싸먹고…신비주의는 가라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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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0일 일요일

◇배추 따서 쌈 싸먹고…신비주의는 가라, 유튜브 데뷔한 재계 총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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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따서 쌈 싸먹고…신비주의는 가라, 유튜브 데뷔한 재계 총수들

“올해 채널 구독자가 50만이 된다면 와이제이(YJ)의 밸런스 게임 도전해보겠습니다! 질문을 댓글 달아주세요.”

여느 유튜버의 흔한 구독자 달성 공약같다. ‘밸런스 게임’은 짧은 시간 안에 선택하기 어려운 둘중 하나를 골라 대답하는 요즘 인기 있는 게임. ‘엄마와 아빠 중에 누가 좋냐’같은 거다. 요즘엔 ‘100억 받고 50살까지 살기, 그냥 100살까지 살기’같은 질문을 여러개 던지는 식이다. 이런 흔한 공약이 화제가 된 건, 여기서 ‘와이제이’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 공약은 지난 11일 이마트 공식 유튜브 ‘이마트 라이브(live)’에 정 부회장이 등장한 두번째 영상에 게재됐다.

이번 영상은 앞서 지난해 12월17일 정 부회장이 이마트가 거래하는 해남 땅끝마을 배추 산지에서 배추를 수확하고 직접 배추쌈 등을 요리한 첫번째 영상이 3주 만에 120만뷰를 찍으면서, 그 뒷 얘기를 담았다.

이 영상에서 정 부회장은 배추 2행시(배고파, 추워)를 하는 ‘아재 개그’를 선보이고, 촬영 스태프들을 위해 전통시장에서 호떡을 사서 하나씩 나눠주는 모습 등이 담겼다. 12일 오후 기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조회수는 12만을 넘겼다. 이마트 유튜브는 정 부회장이 등장한 영상을 ‘YJ로그’라는 별도의 탭에 넣어, 향후 추가로 영상이 올라올 수 있다는 점을 예고했다.

최근 재계 총수들의 ‘유튜브행’이 화제다. 베일에 싸인 신비주의 리더보다도, ‘소통하는 리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반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흔히 최고경영자의 포괄적인 홍보·이미지 전략을 가리키는 ‘피아이(PI, President Identity) 방향’이 기존 ‘리스크 관리’ 중심에서 ‘적극적인 소통’으로 무게가 옮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튜브는 정제된 언론보도 등으로 딱딱한 이미지의 재벌 총수를 인간적이고 소탈한 면모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최적화된 매체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건 정 부회장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50만명이 넘는 대표적인 기업인 인플루언서인 정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유튜브로도 영토를 넓혔다.

지난해 12월초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유튜브에 나와 자신이 가장 즐겨 마시는 스타벅스 음료(자몽 허니 블랙 티, 제주 말차라떼, 나이트로 콜드브루)를 언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실제로 나이트로 콜드 브루는 12월 한달간 전달보다 3배가량 더 팔렸다. 이마트 배추밭 영상도 전년 대비 20% 매출이 증가하는 등 톡톡한 홍보 효과를 냈다.

배추쌈 레시피 아이디어도 정 부회장이 직접 내는 등 영상 제작에 마케팅 부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특히 이번 영상에선 자사 홍보를 넘어, 대형마트 대표가 직접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장면까지 포함돼 상생 이미지에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의 강점인 신선식품을 알리는 동시에 보수적인 유통업계 이미지를 젊은층에게 친근하게 바꾸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도 다양한 형태로 유튜브에 나서고 있다. 에스케이는 최 회장이 지난해 12월22일 30년 근속한 그룹 직원들을 초청해 육개장을 만들어 대접한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했다. 베레모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최 회장은 “좀 짜다”는 직원의 반응에 “좀 짜요? 엔초비만 넣었는데…”라며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어 “(리더로서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70~80% 문제가 풀리더라”며 소통 방식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19년 직원들과 소모임으로 대화하는 ‘행복토크’를 100회 진행한 뒤, 지난해에도 이어가려 했지만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워지자 차선으로 동영상을 선택했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특히 사내방송에 나온 자연스러운 회장님의 모습에 젊은 직원들의 반응이 좋았고, 외부로도 공개하자는 얘기가 있었다”며 “외부에 노출되는 것도 회장님이 전혀 꺼리시지 않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장녀와 함께 유튜브에 등장하기도 했다. 함 회장의 딸은 뮤지컬 배우 함연지씨로, 본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영상에서 함연지씨는 “요즘 아빠가 집콕 생활 중 쇼핑에 빠졌다”며 함께 쇼핑한 아이템을 소개했다.

크리스마스 의상을 함 회장이 즉석에서 옷을 갈아입고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뚜기 홍보팀 관계자는 “회장님이 영상에 나오시더라도 저희도 나중에 알게 된다”며 “(함연지씨의) 이미지도 좋고 워낙 유튜브를 잘 하셔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 총수들의 이런 유튜브 행보에 전문가들은 ‘득과 실’을 모두 지적한다.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홍보 컨설팅을 진행한 김기훈 코콤포터노벨리 대표는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는 점에 대해선 나쁠 게 없지만, 영상이 의도하지 않게 구설수에 휘말리면 이미지가 한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외부 관점에서 바라보면 “법정 이슈와 같은 부정적인 과거 등을 가리고 본인의 이미지를 새로 입힌다고 볼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노영우 피알원 소장은 “최근 피아이의 추세는 최고경영자가 본인의 이미지 파워로 회사 마케팅에 기여하는 것인데, 더 나아가 전문성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메시지까지 담을 수 있다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