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대 TV 등장…TV의 진화
◇1억대 TV 등장…TV의 진화
텔레비전은 길지 않은 역사에 꽤나 변신을 거듭했다. 국내 시초는 ‘VD-191’. LG전자 전신 금성사가 1966년 7월 만든 흑백TV다. ‘진공관식 19인치 1호’를 뜻한다. 가격이 한 대당 6만원대로, 당시 쌀 27가마 정도 가격이었다.
그후 나온 TV들은 한동안 비슷한 모습이었다. 채널을 수동으로 선택했고, 미세 화면조정을 위해서는 안쪽의 레버를 세심하게 돌려야 했다. 방송 전파가 약하던 시절, 안테나를 들고 집안이나 마당 구석구석을 옮겨다니며 화면을 맞추곤 했다. 비바람 심한 날에는 화면이 흔들리며 TV가 잘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지금 2030세대들은 믿기지 않을 테다.
1974년엔 아남전자가 처음으로 일본 마쓰시타전기와 합작해 컬러TV를 만들었다. 1980년 12월 KBS가 최초로 컬러TV 방송을 개시했다. 그때까지도 TV 뒷면에는 두툼한 브라운관이 달려 있었다. 이어 두껍고 무거운 플라즈마 방식의 PDP TV를 과도기로 거쳐 액정화면(LCD)으로 오면서 본격적으로 얇고 큰 TV 시대가 열렸다. 일본이 끌어온 TV 시장 주도권이 한국 업체로 넘어오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다. 요즘은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최첨단이다. 근래 삼성·LG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그 기술이다.
이젠 안 볼 때는 화면이 상자 속에 말려 들어가 있는 롤러블 TV까지 나왔다. LG전자가 지난 9일 세계 최초의 롤러블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R’ (사진)출시를 암시하는 맛보기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한 대에 1억원 수준의 초고가다. 쌀 500가마 정도 값이다. 삼성은 벽면 전체를 LED 조각으로 이어붙여서 덮는 기술을 선보였다. 가정용 보급도 머잖아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한때 TV는 인터넷·PC 등에 밀려 집안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거라고 비관하는 사람도 있었다. TV를 ‘바보상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보는 이의 노력이 필요하다. 방송의 위기가 곧 TV의 위기도 아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업고 스마트폰까지 연동하는 TV는 크고 선명한 화면을 앞세워 당당히 거실 한복판을 지키고 있다. 학습 콘텐츠, 홈트레이닝 등을 끌어안으며 더 똘똘해졌다. TV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궁금하다.
"-경향신문 여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