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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1일 월요일

자허오유子虛烏有 -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사실, 가공의 인물

자허오유子虛烏有 -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사실, 가공의 인물

자허오유(子虛烏有) -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사실, 가공의 인물

아들 자(子/0) 빌 허(虍/) 까마귀 오(灬/6) 있을 유(月/2)

子虛(자허)는 ‘헛것’이란 의미로, 烏有(오유)는 ‘어찌 그런 일이 있겠는가’란 뜻으로 모두 있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말이나 존재를 말한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람을 烏有先生(오유선생)이라 했는데 어느 것이나 가상의 꾸며낸 존재다.

이러한 풍자적 인물을 창조한 사람은 중국 前漢(전한)시대의 문인으로 뛰어난 辭賦(사부)의 작가 司馬相如(사마상여, 기원전 179~117)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비유보다 직접 서술하는 중국 고전문인 사부는 屈原(굴원)에서 시작하여 六朝(육조)까지 성행했다는데 특히 천자의 덕을 찬양한 相如(상여)의 작품이 유명하다.

사마상여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刎頸之交(문경지교)로 알려진 趙(조)나라 재상 藺相如(인상여, 藺은 골풀 린)의 인품을 흠모해서 따 왔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여 글재간이 비상했다. 그의 문명이 널리 알려지기 전 지은 ‘子虛賦(자허부)’는 사냥을 묘사한 내용이었다.

사냥을 즐겨하는 漢武帝(한무제)가 글을 읽고 이런 재주를 가진 대작가와 동시대의 사람이 아닌 것을 애석해했다. 사냥개를 관리하는 신하가 왕에게 같은 고을의 사람이라 일러주자 급히 초대하게 하여 사마상여를 만나게 됐다. 글을 칭찬하는 왕에게 더 훌륭한 작품을 올리겠다고 하여 나온 것이 ‘上林賦(상림부)’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자허와 오유선생, 그리고 한 사람 더 亡是公(망시공, 또는 무시공)이다. 자허가 楚(초)의 사신으로 齊(제)에 가서 왕의 사냥을 자랑하자 오유가 비난하는 내용이다. ‘상여는 헛것이란 자허로 초나라를 칭찬하고(相如以子虛 虛言也 爲楚稱/ 상여이자허 허언야 위초칭), 어찌 있겠는가란 오유로 비난하자(烏有先生者 烏有此事也 爲齊難/ 오유선생자 오유차사야 위제난) 이런 사람 없다란 망시공이 천자의 도리를 밝히게 했다(亡是公者 無是人也 明天子之義/ 망시공자 무시인야 명천자지의).’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 사마상여열전의 내용이다.

허구로 창조해 낸 인물이 왕과 신하의 성대한 수렵 행사를 은근히 꼬집은 내용이다. 하지만 끝부분에 사치와 방탕을 반대하고 절제와 검소함을 내세웠기 때문에 불같은 성격의 무제도 흡족해했다고 한다. 이같이 가공의 세 사람 모두 없는 사람, 虛無(허무)라는 뜻을 내포하여 동의어로 쓰게 됐다.

우리나라 단편소설의 개척자로 꼽는 玄鎭健(현진건)의 호 憑虛(빙허)도 허구인물의 의미란다. 그러고 보니 理想鄕(이상향)을 말하는 유토피아(Utopia)가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란 뜻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