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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7일 일요일

불감기우不堪其憂 - 근심을 견뎌내지 못하다, 가난한 생활로 걱정하다.

불감기우不堪其憂 - 근심을 견뎌내지 못하다, 가난한 생활로 걱정하다.

불감기우(不堪其憂) - 근심을 견뎌내지 못하다, 가난한 생활로 걱정하다.

아닐 불(一/3) 견딜 감(土/9) 그 기(八/6) 근심 우(心/11)

가난이 수치스럽지는 않아도 생활하기에는 불편하다. 빈곤에 관한 수많은 성어 중에서 의식주를 나타낸 하나씩만 들어보자. 해진 옷을 깁고 신발은 구멍 난 衣結屨穿(의결구천, 屨는 짚신 구), 아침에는 냉이를 저녁에는 소금을 먹는 朝虀暮鹽(조제모염, 虀는 냉이 제), 쑥으로 만든 문에 깨진 항아리의 창문을 단 집 蓬戶甕牖(봉호옹유, 牖는 들창 유) 등이다.

하나같이 과장이 있겠지만 우리나라도 이러한 상태를 몇 세대 전엔 겪었다. 사람에게 가난은 너무 적게 가진 사람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이라 점잖게 말해도 당하는 자의 속만 긁을 따름이다.

그런데 가난을 아주 초연하게 받아들인 사람이 있다. 빈한하면 누구나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걱정을 이겨내지 못할 텐데(不堪其憂/ 불감기우) 예외가 孔子(공자)의 수제자 顔回(안회)였다. 顔淵(안연)이라 자로도 많이 불린 그는 가난한 생활을 이겨내고 학문을 즐겨 도를 실천하면서 道家(도가)에서도 높이 평가받아 顔子(안자)로 칭송되었다.

공자가 안회의 빈궁한 생활을 훌륭하게 이겨내는 모습이 ‘論語(논어)’ 雍也(옹야) 편에 나타나 있다. 대나무 그릇에 담은 밥과 표주박에 든 물이라는 뜻의 청빈하고 소박한 생활을 나타내는 簞食瓢飮(단사표음)이 유래한 곳이다. 簞은 소쿠리 단, 먹을 食(식)이 이 때는 밥 사. 顔貧一瓢(안빈일표)란 말로도 남았다.

공자가 칭찬하는 부분을 보자.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누추한 동네에 살게 되면(一簞食 一瓢飲 在陋巷/ 일단사 일표음 재누항), 보통 사람들은 그 근심을 이겨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이 변치 않는구나(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인불감기우 회야불개기악)!’ 안회에 대한 공자의 찬사는 가난을 이겨내는 자세에 있다는 것을 述而(술이)편에서도 설명한다.

팔을 구부려 베개로 삼는 曲肱而枕之(곡굉이침지)의 가난한 생활을 하더라도 ‘의롭지 못하게 얻은 부귀는 나에게는 뜬구름만 같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고 나타낸 것이 그것이다.

가난을 아무리 미화하려 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계층은 못 죽어 산다는 사람이 많다.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며 生口不網(생구불망)이라고 앞 세대에선 그럭저럭 살아왔는데 세계 10위권의 발전을 이룬 오늘날에도 격차가 더 커져 빈곤층은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1인가구의 노인 세대에는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중에서 상위권을 내려놓지 못한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말로 나몰라 하지는 않겠지만 좀 더 세심한 제도로 노년과 모자가구 등 빈곤층을 도와 최소한 의식주엔 걱정을 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