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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7일 목요일

가담항설街談巷說 - 길거리에 떠도는 이야기

가담항설街談巷說 - 길거리에 떠도는 이야기

가담항설(街談巷說) - 길거리에 떠도는 이야기

거리 가(行/6) 말씀 담(言/8) 거리 항(己/6) 말씀 설(言/7)

길거리에서 떠도는 이야기(街談)나 일반 사람들 사이에 오고가는 소문(巷說)을 말하는 성어다. 믿을 수 없는 뜬소문을 가리킬 때 많이 쓴다. 길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한다는 뜻의 道聽塗說(도청도설)과 마찬가지다. 흘러 다니는 소문을 전한다고 책임을 묻지는 않겠지만 남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해칠 목적으로 퍼뜨리는 流言蜚語(유언비어)는 다르다.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뜻으로 街說巷談(가설항담), 丘里之言(구리지언), 浮言浪說(부언낭설) 등이 있다.

이 성어는 後漢(후한) 초기 역사가 班固(반고)의 대작 ‘漢書(한서)’ 藝文志(예문지)에 小說(소설)을 설명하면서 등장한다. 소설가란 대개 稗官(패관)들에게서 나왔다면서 ‘거리나 골목에 떠도는 이야기를 길에서 듣고 길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지어낸 것(街談巷語 道聽塗說者之所造也/ 가담항어 도청도설자지소조야)’이라 했다. 패관은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 기록하는 일을 맡아 하던 임시 벼슬 이름이었다. 민간의 풍속과 정사를 살피기 위해 사실의 이야기를 수집했기에 상상이 가미된 오늘의 소설과는 다른 셈이다. 고려시대 중후기에 발달했던 稗官文學(패관문학)도 항간에서 수집한 이야기에서 약간의 창의와 윤색이 가미된 설화문학이었다.

비슷한 뜻을 가진 성어로 孔子(공자)와 荀子(순자)에게서 나온 것도 있다. 앞의 도청도설은 論語(논어)의 陽貨(양화)편에 ‘길에서 듣고 길에서 말하는 것은 덕을 버리는 것과 같다(道聽而塗說 德之棄也/ 도청이도설 덕지기야)’란 구절에서 비롯됐다. 순자는 勸學(권학)편에서 ‘소인의 학문은 귀로 들어가 입으로 나온다(小人之學也 入乎耳 出乎口/ 소인지학야 입호이 출호구)’면서 들은 것이나 배은 것을 깊이 새겨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겨를도 없이 남에게 전하는 것을 꼬집었다. 그래서 깊이가 없는 가르침을 口耳之學(구이지학)이라 했다.

자기 할 일도 바쁜 세상에서 그래도 떠도는 남의 이야기에는 모두 귀를 쫑긋한다. 그럴 듯하게 꾸민 소식도 많이 퍼진다. 가짜뉴스일수록 더욱 날개를 달고 전 세계를 돈다. 악의적인 것에 더 흥미를 느끼기에 당사자는 더 큰 피해를 본다. 이런 뉴스가 퍼지지 않도록 단속이 앞서야 하지만 각 개인이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균형감을 가져야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