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 - 집이 가난해지면 어진 아내를 생각한다.
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 - 집이 가난해지면 어진 아내를 생각한다.
집 가(宀/7) 가난할 빈(貝/4) 생각 사(心/5) 어질 량(艮/1) 아내 처(女/5)
사람이 성장하여 부모로부터 독립하면 대부분 부부와 함께 평생을 지낸다. 중간에 헤어지는 소수를 제외할 경우 영원한 동반자, 伴侶者(반려자)로 위하며 살아간다. 특히 남편이 아내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가르치는 옛말이 많다.
‘어진 아내는 마음을 기쁘게 하고 예쁜 아내는 눈을 즐겁게 한다’는 말이 불경에 나오고, ‘효자가 악처만 못하다(孝子不如惡妻/ 효자불여악처)’며 ‘아내는 청춘의 연인, 장년의 반려, 노년의 보모’가 된다고 했다. 물론 아름다운 아내는 지옥과 같다거나 소크라테스(Socrates)는 악처에 시달려 철학자가 됐다는 말도 있지만 반어로 해석한다.
몹시 가난할 때 함께 고생한 아내가 糟糠之妻(조강지처)다. 궁핍한 생활을 면했다가도 실패하여 다시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되면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부인이다. 아내의 조언을 무시한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집이 가난해지면(家貧) 좋은 아내를 생각하게 된다(思良妻)는 말은 어려운 상황에 닥쳐서야 훌륭한 조언자가 절실해진다는 의미를 가졌다.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에서 왕이나 제후들의 기록을 모는 世家(세가)에 처음 등장한다. 戰國時代(전국시대) 魏(위)나라를 초기 강국으로 이끌었던 군주 文侯(문후)와 그를 도왔던 법가 李克(이극)의 일화에서다.
위문후가 재상 임명을 위해 이극에게 도움을 청했다. 선생이 일찍이 가르치길 ‘집안이 가난해지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훌륭한 재상을 생각하게 된다(家貧則思良妻 國亂則思良相/ 가빈즉사양처 국란즉사양상)’고 했다면서 동생 魏成子(위성자)와 세력가 翟璜(적황, 翟은 꿩 적) 중에서 누가 나은지 물었다.
이극은 적황이 자기를 추천한 은혜가 있지만 다른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재산을 쓰고, 현명한 신하를 얻게 해주었던 위성자가 낫다고 했다. 적황이 불만을 품자 이극이 말한다. 위성자는 소득의 10분의 9를 밖에서 쓰고, 추천한 인재는 모두 왕의 스승이 되었는데 어떻게 비교할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xa0
사람이 출세하고 행세깨나 하게 되면 오늘을 있게 한 은덕을 곧잘 잊는다. 태산 같은 부모의 은혜는 당연하고, 자신이 잘났기 때문에 재산과 지위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날의 미천하거나 어렵던 때의 일은 잊고, 처음부터 잘난 듯이 뽐내는 것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는 개구리와 닮았다.
지난 과거의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모아놓은 재산을 흥청망청 쓰다가 쪽박을 찬 뒤에야 후회를 한들 소용없다. 어려운 시절을 벗어나게 한 집안의 아내나, 나라의 위정자나 고맙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