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유십도家有十盜 - 집안을 가난하게 하는 열 가지 도둑
가유십도(家有十盜) - 집안을 가난하게 하는 열 가지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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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에 초탈한 선인이 아니라면 가난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고르지 않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빈부의 격차를 어떻게 잘 줄일까 모두들 머리를 싸매지만 만인의 보편복지가 쉬울 리 없다. 옛날 殷(은)나라 폭군 紂王(주왕)을 멸하고 周(주)나라를 세운 武王(무왕)도 자나 깨나 백성들을 잘 살게 하는 것을 생각했으나 가난한 사람은 여전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자신을 도운 개국공신 姜太公(강태공)을 불러 사람이 세상을 사는데 어찌하여 귀천과 빈부가 고르지 않은지 물었다. 여기서 태공이 답한 가난한 집에는 다 연유가 있다며 10가지를 열거한 것이 家有十盜다.
고려 충렬왕 때의 문신 秋適(추적)이 금언과 명구를 모아 놓은 책 ‘明心寶鑑(명심보감)’에 실려 있다. 처음 한자를 배우는 어린이가 千字文(천자문)을 뗀 후 童蒙先習(동몽선습)과 함께 기초과정의 교재로 사용했던 책이다.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말씀을 제시하면서 시작하는 繼善篇(계선편)부터 19편이 실려 있는데 이 성어는 立敎篇(입교편)에 나온다. 삼강오륜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처신하고 노력할 것과 충성과 효도를 강조하는 장이다.
태공이 무왕의 물음에 ‘부귀는 성인의 덕과 같아서 천명에 달려 있는데 부자는 쓰는데 절제가 있고 아닌 자는 집안에 열 가지 도둑이 있기 때문(富貴如聖人之德 皆有天命 富者用之有節 不富者 家有十盜/ 부귀여성인지덕 개유천명 부자용지유절 불부자 가유십도)’이라고 답한다. 그러면 열 도둑은 무엇을 말하는지 다시 물으니 차례로 설명한다.
익은 곡식을 거둬들이지 않고(時熟不收/ 시숙불수), 쌓는 일을 마치지 않고(收積不了/ 수적불료), 일 없이 등불을 켜고 잠자는 것(無事燃燈寢睡/ 무사연등침수), 게을러서 밭 갈지 않고(傭懶不耕/ 용라불경. 懶는 게으를 라), 공력을 베풀지 않으며(不施功力/ 불시공력), 교활하고 해로운 일만 하는 것(專行巧害/ 전행교해), 딸을 너무 많이 기르는 것(養女太多/ 양녀태다), 대낮에 잠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며(晝眠懶起/ 주면라기), 술을 탐하고 색욕을 즐기며(貪酒嗜慾/ 탐주기욕), 남을 심하게 시기하는 것(强行嫉妬/ 강행질투) 등 열 가지다. 딸 많이 기르는 것이 왜 들어가는지 모를 일이지만 부지런히 일하고 이웃과 화합하면 가난을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