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노지말强弩之末 – 쇠뇌로 쏜 화살의 끝, 강한 힘도 마지막에는 쇠퇴한다.
강노지말(强弩之末) – 쇠뇌로 쏜 화살의 끝, 강한 힘도 마지막에는 쇠퇴한다.
강할 강(弓/9) 쇠뇌 노(弓/5) 갈 지(丿/3) 끝 말(木/1)
‘세월이 流水(유수)같다’고 흔히 말하는데 그보다 빠르게 느껴질 때는 ‘살같이 흐른다’고 한다. 활에서 쏜 화살이 물보다야 당연히 힘차고 빠르게 나아간다. 쇠로 된 발사 장치가 달린 활이 쇠뇌인데 여러 개의 화살을 연달아 쏠 수 있어 적은 접근할 수가 없다. 그런데 세차게 날아가던 화살도 마지막에는 힘이 떨어져 맥을 못 쓴다. 강한 쇠뇌(强弩)로 쏜 화살의 끝이란 이 말은 강하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힘을 잃고 쇠약해진다는 것을 비유했다. 천리마인 기린도 늙으면 둔한 말보다 못하다는 麒麟老 劣駑馬(기린노 열노마)란 말과 같다.
項羽(항우)를 물리치고 漢(한)으로 통일한 劉邦(유방)은 이전부터 국경을 괴롭힌 匈奴(흉노)를 정벌하려다 역습을 받아 포위당하고 말았다. 모사 陳平(진평)의 계책으로 간신히 벗어난 뒤 흉노와 화친하기로 하고 선물을 보내며 달랬다. 하지만 흉노는 그 후로도 수시로 북방을 침범하며 괴롭혔다. 7대 武帝(무제)에 이르러 무력으로 이들을 응징하기로 하고 조정 대신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변방에서 관리를 했던 王恢(왕회)가 흉노와 화친하면 몇 년 지나지 않아 깨뜨릴 것이니 공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어사대부로 있던 韓安國(한안국)이 나서 강공은 불가하다고 맞섰다. 천리나 떨어진 곳으로 병사를 보내 적을 친다고 해도 가는 동안 군사와 말은 지쳐 물리치기 어렵다며 이어진다. ‘맹렬한 바람도 쇠해지면 깃털도 날리지 못하고, 강한 쇠뇌로 쏜 살의 끝은 비단도 뚫지 못합니다(衝風之衰 不能起毛羽 彊弩之末 力不能入魯縞/ 충풍지쇠 불능기모우 강노지말 역불능입로호).’ 다른 중신들도 한안국의 의견에 찬성하자 무제는 흉노와 화친하게 되었다. ‘漢書(한서)’ 한안국전에 실려 있다.
같은 이야기가 ‘史記(사기)’에선 다른 표현으로 나온다. ‘힘찬 활에서 튕겨 나간 강한 화살도 마지막에는 엷은 비단조차 뚫지 못하고, 맹렬한 바람이라도 끝에서는 기러기 깃털 하나 띄우지 못한다(且彊弩之極 矢不能穿魯縞 衝風之末 力不能漂鴻毛/ 차강노지극 시불능천로호 충풍지말 역불능표홍모).’ 두 곳 다 굳셀 彊(강) 彊弩로 돼있다.
기세가 올랐을 때 계속 밀고 나가려 하는 것이 상정이다. 하지만 끝까지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으면 면밀히 살펴보고 일보 후퇴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다음에 더 큰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