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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4일 목요일

조호이산調虎離山 - 호랑이를 꾀어 산을 떠나게 하다, 강한 적은 약화시킨 뒤 공격한다

조호이산調虎離山 - 호랑이를 꾀어 산을 떠나게 하다, 강한 적은 약화시킨 뒤 공격한다

조호이산(調虎離山) - 호랑이를 꾀어 산을 떠나게 하다, 강한 적은 약화시킨 뒤 공격한다

고를 조(言/8) 범 호(虍/2) 떠날 리(隹/11) 메 산(山/0)

으르렁거리는 백수의 왕 호랑이도 산 속에서 내려오면 힘을 잃고 약한 인간에게 사로잡힌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어도 그것을 펼칠 여건이 되지 않으면 ‘날개 없는 봉황’이 되고 ‘임자 없는 용마’가 되는 법이다. 날랜데다 힘으로 대적할 수 없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천하장사라도 맨손으로 잡기보다 계략을 쓰는 것이 좋다. 호랑이를 꾀어(調虎) 자기가 힘을 쓸 수 있는 산을 떠나게 하는(離山) 것이다. 중국의 고대 병법인 "三十六計(삼십육계)" 중에서 15번째 계책이다. 공격 때 전략인 攻戰計(공전계)의 세 번째로 범을 산에서 유인해내어 사로잡는다는 방법이다

병법이라 하면 孫子(손자)나 孫臏(손빈)을 먼저 떠올리지만 작자나 연대는 미상이라도 서른여섯 가지의 계책 중 도망하는 게 최고라는 走爲上(주위상)이 줄행랑이고 삼십육계의 하나라는 것은 대체적으로 알 정도로 친숙하다. 敗戰計(패전계) 중의 하나로 美人計(미인계)와 苦肉計(고육계)도 여기에 들어간다.

지려고 하는 싸움은 없으니 전투를 벌였으면 이겨야 한다. 그런데 상대가 호랑이와 같은 강적이라 계략을 써서 공격해야 한다. 이 계책에 대한 설명은 ‘자연조건이 적에게 불리해지는 때를 기다려 아군에 유리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다(待天以困之 用人以誘之 往蹇來連/ 대천이곤지 용인이유지 왕건내련)’고 했다. 바로 호랑이를 산에서 내려오도록 하는 방법이다. 蹇은 절뚝거릴 건.

호랑이를 유인하여 산에서 내려오게 한 뒤 사로잡는 병법은 잘 알려져서인지 곳곳에서 응용된다. 春秋時代(춘추시대) 衛(위)나라의 충신 石碏(석작, 碏은 사람이름 작)은 아들 石厚(석후)가 왕의 시해사건에 가담하여 고위직에 오르자 꾀를 썼다.

새 왕과 아들을 이웃 왕에게서 신임을 받아야 한다며 새 왕과 함께 보내 처치하도록 했다. 三國時代(삼국시대) 東吳(동오)의 孫策(손책)이 어린 나이에도 천혜의 요지 廬江(여강, 廬는 농막집 여)을 차지하게 된 것은 그곳 태수 劉勛(유훈, 勛은 공 훈)을 뇌물로 꾀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밀림 속의 호랑이는 모두 두려워한다. 들판으로 꾀어내면 약한 인간들도 사로잡을 수 있다. 큰 힘을 가진 호랑이는 산이나 숲이 힘의 원천이다. 管仲(관중)의 가르침을 모은 管子(관자)에 蛟龍得水(교룡득수)란 말이 나오는데 교훈을 준다.

무시무시한 교룡도 물이 있어야 신성하고, 호랑이와 표범도 깊은 골짜기 안에서 힘을 쓸 수 있으니 군주도 백성의 신망을 얻어야 잘 다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을 의미할까. 큰 권력을 가진 세력가일지라도 힘을 받쳐줄 국민들의 지지가 없으면 하루아침에 허수아비가 된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