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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9일 화요일

거경지신巨卿之信 - 거경의 신의, 약속을 지키는 성실한 인품

거경지신巨卿之信 - 거경의 신의, 약속을 지키는 성실한 인품

거경지신(巨卿之信) - 거경의 신의, 약속을 지키는 성실한 인품

클 거(工/2) 벼슬 경(卩/10) 갈 지(丿/3) 믿을 신(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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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에, 인간관계에 믿음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신용이 없으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 서로 믿지 못하고 불신만 가득한 조직은 지속될 수 없다. 개인이나 조직도 이러한데 나라는 더하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군사보다 경제보다 백성과의 신뢰가 앞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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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子(공자)의 無信不立(무신불립)이다. 신뢰는 거울의 유리 같은 것이라 금이 가면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신뢰는 잘 유지해야 하는데 知斧斫足(지부작족)이란 말대로 너무 믿다가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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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사이에 이해를 떠나 끝까지 신뢰를 지킨 사례를 들자면 한이 없다. 고사성어가 숱한 중에도 이름까지 오른 것으로 管仲(관중)과 鮑叔牙(포숙아)의 管鮑之交(관포지교), 伯牙(백아)와 鍾子期(종자기)의 伯牙絶絃(백아절현) 등이 있다. 여기에 또 꿈에서 한 약속까지 지킨 巨卿(거경)의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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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고관의 믿음이 아니라 거경은 范式(범식)이라는 사람의 字(자)이다. 범식은 後漢(후한)의 학자로 어려서부터 太學(태학)에서 학문을 닦았다. 그에게 출신지는 멀리 떨어진 사이지만 張劭(장소)라는 친구를 알게 되어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 ‘後漢書(후한서)’의 獨行(독행) 열전에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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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범식이 장소에게 2년 후 고향집을 방문하여 양친을 뵙겠다고 말했다. 그 날이 되자 장소는 어머니께 음식을 부탁했다. 어머니는 2년이나 지났고 천리나 떨어진 곳인데 그가 오겠느냐고 했다. 장소는 ‘거경은 신의가 있는 선비라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巨卿信士 必不乖違/ 거경신사 필불괴위)’고 답했다. 乖는 어그러질 괴. 과연 거경이 그날 도착, 양친을 뵙고 둘은 회포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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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은 더 애절하다. 얼마 뒤 장소가 병이 들어 죽은 날 거경의 꿈에 나타나 한 번 다녀가라고 말했다. 깜짝 놀라 거경이 달려갈 동안 장지에서 장소의 관이 움직이지 않았다. 장소의 어머니는 백마가 끄는 흰 수레(素車白馬/ 소거백마)가 가까이 오자 거경이 탄 줄 알고 맞이하여 애도가 끝나니 관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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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여 지켜야 한다. 살아가다 보면 잘 알면서도 약속0을 지키지 못할 때가 생긴다. 그렇다고 약속을 안 할 수도 없다. 신뢰를 지킨다고 주위의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고집을 부리는 것도 어리석다. 여인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다 물에 빠져 죽는 尾生(미생)의 신의는 칭찬받지 못한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융통성도 필요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