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장高麗葬은 고려의 풍습일까 1편
■ 고려장(高麗葬)은 고려의 풍습일까 1편
‘고려장’은 ‘늙은이를 산 채로 산속에 두었다가 죽으면 그곳에 매장하는 고려의 장례풍습’ 이라고 실려 있는 몇몇 사전이 있다. 하지만, 고려의 어느 문헌에도 그런 풍습이 있었다는 내용도 없고, 그것을 입증하는 자료나 유물, 유적은 현재까지 발견된 것이 없다. 시골 마을에 가면 옛날에 고려장을 했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는 장소가 아직도 남아있다.
고려시대에는 부모상을 소홀히 하면 엄벌에 처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었다. 《고려사》에 보면, 『부모가 죽었는데 슬퍼하지 않고 잡된 놀이를 하는 자는 징역 1년, 상이 끝나기 전에 상복을 벗는 자는 징역 3년, 초상을 숨기고 치르지 않는 자는 귀양 보낸다.』고 되어 있다. 굳이 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유교와 불교가 이미 정착되어 효와 예가 중시되던 고려 사회에서 부모를 산 채로 내다버리는 장례 풍습이 실제로 있었다고는 믿기 어렵다.
고려장이 고려시대의 장례 풍습이 아닌데도 고려장이라고 불리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설화(說話)가 사실로 혼동되어 굳어져 버린 것이다. 늙은 부모를 내다버리는 풍습에 관한 설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도, 중국, 일본, 몽고, 시베리아에도 있으며, 유럽과 중동 지방에도 비슷한 설화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 있는 고려장 설화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중국의 『효자전』에 실려 있는 원곡 이야기와 ‘팔만대장경’이라 불리는 『고려대장경』에 수록된 「잡보장경雜寶藏經」의 기로국(棄老國) 설화가 있다. 원곡 이야기는 원곡의 아버지가 늙은 할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산속에 버리고 돌아오다가 어린 원곡이 아버지가 늙으면 역시 이 지게로 갖다 버리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뉘우쳤다는 줄거리다. 기로국 설화는 옛날 기로국에서 국법을 어기고 몰래 늙은 아버지를 봉양하던 대신이 아버지의 지혜를 빌어 까다로운 수수께끼를 풀어서 나라의 위기를 구하고 아버지도 편히 모셨다는 이야기이다.
이 두 이야기가 뒤섞이기도 하고 버리는 대상이 아버지에서 어머니로 바뀌기도 하면서,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고려장 이야기가 된 것이며, ‘노인을 버리는 나라’라는 뜻인 기로국이 고리국 또는 고려국으로, 기로의 장례라는 뜻인 기로장棄老葬이 고려장으로 변해 굳어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고려장은 지방에 따라 고리장, 고래장, 고린장, 고림장, 고름장이라고도 한다. 특히 고래장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는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 「곡강曲江」의 한 구절이다. 사람이 칠십까지 살기는 예부터 드문 일이니 즐겁게 지내자는 뜻이 담긴 ‘인생칠십고래희’가 노인을 갖다 버리는 ‘인생칠십고래장’으로 변한 건 요즘말로 패러디가 아닐까 싶다.
- 2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