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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4일 목요일

고보자봉故步自封 - 옛 버릇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다.

고보자봉故步自封 - 옛 버릇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다.

고보자봉(故步自封) - 옛 버릇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다.

연고 고(攵/4) 걸음 보(止/3) 스스로 자(自/0) 봉할 봉(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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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은 유전한다(panta rhei)’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eitos)는 말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流轉(유전)하여 같은 상태로는 있을 수 없고 한 곳에 머무는 일도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우주 만물은 생기고 없어지며 끊임없이 변천한다는 生滅流轉(생멸유전)이란 성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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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은 옛 모습 그대로라며 依舊(의구)하다 해도 桑田碧海(상전벽해),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그런데 이랬다저랬다 하는 人心朝夕變(인심조석변)의 경망함 말고 몸에 익숙한 것을 세태의 변화에 맞추는 일은 어렵다. 잘 아는 분야나 가진 것이 많을수록 새 것을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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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걸어오던 걸음걸이 故步(고보)는 옛 습관, 스스로를 옭아매는 自封(자봉)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으로 따로 사용돼 오다 함께 성어로 쓴 역사는 짧다. 중국 淸(청)나라 말기와 중화민국 초기의 계몽사상가로 이름 높은 량치차오梁啓超/ 양계초, 1873~1929의 ‘愛國論(애국론)’에서라 한다. 여자 아이의 纏足(전족, 纏은 얽을 전)에 대해 비판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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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족은 발이 작고 부드러운 여자를 미인으로 생각했던 중국 사람들의 낙후성을 잘 보여주는 상징이다. 어릴 때부터 엄지발가락 이외의 발가락들을 발바닥 방향으로 접어 넣듯 힘껏 헝겊으로 동여매어 자라지 못하게 했으니 큰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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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압제에서 해방한다며 풀게 했는데 그것도 고통이었다. 발을 꽁꽁 묶었던 천을 풀었으나 걸을 때 받쳐줄 것이 없어 통증이 더 심해졌고 여자들은 제 손으로 발을 동여 전족의 속박으로 되돌아갔다. 이 부분에 관한 것을 고사성어집 ‘조심’(정민 지음)에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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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네들이 십년 동안 전족을 하다 보니(婦人纏足十載/ 부인전족십재), 묶은 것을 풀어주어도 오히려 다닐 수가 없다(解其縛而猶不能行/ 해기박이유불능행). 그래서 이전 걸음으로 스스로를 얽어매고 만다(故步自封/ 고보자봉).’ 불편하다고 해서 익숙한 것에서 급격한 변화를 주다가는 이전보다 못해 옛것을 고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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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에 익은 것을 시대가 변했다고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늙은 할미의 뜻이나 어린애의 떼쓰는 것을 못 이겨 그대로 따르는 것이 姑息之計(고식지계)다. 낡은 관습이나 폐단을 벗어나지 못하고 우선 편한 방법만 택한다.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끝까지 지키는 墨守成規(묵수성규)도 좋지만 자칫 변화를 따르지 못하면 기러기발을 묶고 거문고를 연주하는 膠柱鼓瑟(교주고슬)의 어리석음을 가져온다. 스스로가 잘났다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익힌 생각이 절대적이라 고집하고 새로운 흐름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