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식지계姑息之計 – 우선 편한 것만 찾는 꾀, 임시변통으로 일을 처리하다.
고식지계(姑息之計) – 우선 편한 것만 찾는 꾀, 임시변통으로 일을 처리하다.
시어미 고(女/5) 쉴 식(心/6) 갈 지(丿/3) 셀 계(言/2)
일을 처리할 때는 뒷마무리까지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일이 까다롭거나 남이 보지 않는다고 대충대충 넘기려는 경우가 많다. 한 때의 편안함을 얻기 위해 임시로 둘러맞추거나 이리저리 돌리다가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는 큰 탈이 나기 쉽다. 속담을 한역한 凍足放尿(동족방뇨)했다간 언 발이 더욱 동상까지 걸리고, 下石上臺(하석상대) 했다간 주춧돌이 빠져 집이 무너질 판이다. 점잖은 말로 彌縫(미봉)이나 因循姑息(인순고식), 目前之計(목전지계)를 사용해도 뜻은 그대로다.
시어미 姑(고)는 여자를 통칭하기도 하고, 숨쉴 息(식)은 어린 자녀를 가리키기도 한다. ‘尸子(시자)’라는 책에 ‘은나라 주왕은 노련한 사람의 말은 버리고 아녀자나 어린애들의 말만 썼다(紂棄老之言 而用故息之語/ 주기노지언 이용고식지어)’라는 구절에서 나왔다고 한다. 부녀자와 어린 아이가 꾸미는 계책이라 하여 일시적인 방법으로 편안한 것을 찾는 말이 됐다. 엄하게 원칙을 따져 해결하려는 부녀자가 없을 리 없는데도 정으로 감싸는 면이 많아 이런 말이 나왔겠다.
먼저 五經(오경)의 하나인 유가의 경전 ‘禮記(예기)’에 曾子(증자)가 병으로 자리에 누웠을 때 자녀에게 가르치는 말로 등장한다. ‘군자는 사람을 사랑하기를 덕으로 하고, 소인은 사람을 사랑할 때는 임시변통으로 한다(君子之愛人也以德 細人之愛人也以姑息/ 군자지애인야이덕 세인지애인야이고식).’ 여기에서 일시적인 계책으로 姑息(고식)이 유래했다. 군자의 사랑은 덕으로 하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가 있고, 소인의 사랑은 눈앞의 이익을 보고 하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한 것이다. 檀弓上(단궁상)에 실려 있다.
後漢(후한) 揚雄(양웅)의 ‘揚子法言(양자법언)’에도 같은 뜻의 구절을 찾아볼 수 있다. ‘눈앞의 이익밖에 모르는 계책은 덕을 해친다. 군자는 언동을 삼가고 즐김을 조심하며 때가 오면 서둘러야 한다(姑息敗德 君子謹於言 慎於好 亟於時/ 고식패덕 군자근어언 신어호 극어시).’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는 ‘눈 가리고 아웅’의 방법으로는 일이 잘 되기도 어려울뿐더러 들통이 나기 쉽다. 가는 길이 멀어도 차근차근 정도를 밟아 나가야 튼튼히 마무리할 수 있다. 어떤 자리에 올랐을 때 실적에 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보여주기 식 업무를 처리하려다 일도 안 되고 신망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 글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