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처불승한高處不勝寒 - 높은 곳에선 추위를 이기지 못한다, 지위가 오르면 시기와 모함이 따른다.
고처불승한(高處不勝寒) - 높은 곳에선 추위를 이기지 못한다, 지위가 오르면 시기와 모함이 따른다.\xa0
높을 고(高/0) 곳 처(虍/5) 아닐 불(一/3) 이길 승(力/10) 찰 한(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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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높은 곳을 좋아한다.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고, 아는 것이 많고 등등 남보다 앞서기 위해 평생을 경쟁한다. 고지를 오르는 모험가 힐러리(Hillary)경은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고 통달한 말을 남겼지만 아무래도 세인들은 상봉을 정복했을 때 등산의 기쁨을 느낀다. 그런데 오르고 또 올라 더 오를 데가 없는 하늘의 용 亢龍(항룡)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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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엔 떨어질 일만 남아 후회하게 된다는 亢龍有悔(항룡유회)란 말로 보아 더욱 조심스러우니 좋지만은 않다. 같은 의미로 널리 알려진 시구가 높은 곳에서는(高處) 추위를 이기지 못할까 두렵다(不勝寒)는 이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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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坡(동파)란 아호로 더 잘 알려진 蘇軾(소식, 1036~1101)의 작품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 北宋(북송) 최고의 시인이자 문장가인 그는 부친 蘇洵(소순), 아우 蘇轍(소철)과 함께 三蘇(삼소)로 불리며 삼부자가 모두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에 들어가는 희귀한 기록도 가졌다. 문학의 모든 장르에 능통했던 동파는 관운은 불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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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新法(신법)으로 세력을 떨친 王安石(왕안석)에 반대했다가 지방으로 전전했다. 密州(밀주)란 지역의 지사일 때 중추절을 맞아 재해로 백성의 생활은 피폐하고, 7년이나 떨어져 못 본 동생도 그립고 하여 ‘水調歌頭(수조가두)’를 지었다. 운문의 일종으로 시보다 복잡한 형식인 詞(사)로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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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렇게 시작한다. ‘밝은 달 언제부터 있었을까, 술잔 들어 하늘에 묻는다(明月幾時有 把酒問靑天/ 명월기시유 파주문청천).’ 李白(이백)의 술잔 잡고 하늘에 묻는다(把酒問月/ 파주문월)를 연상시키는 도입이다. ‘나는 바람 타고 돌아가고 싶지만, 옥으로 된 화려한 궁전에는 두려워, 높은 곳에서는 더욱 춥겠지(我欲乘風歸去 又恐瓊樓玉宇 高處不勝寒/ 아욕승풍귀거 우공경루옥우 고처불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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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만 모략 판치는 곳에 돌아가기도 또한 두렵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동생에게 원한다. ‘그저 바라는 것은 우리 오래 살아서, 멀리서도 고운 달을 함께 보자꾸나(但願人長久 千里共嬋娟/ 단원인장구 천리공선연).’ 嬋은 고울 선, 娟은 예쁠 연. 嬋娟(선연)은 미인 또는 아름다운 달을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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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인재를 三顧草廬(삼고초려)하여 초빙하고 일을 맡겼으면 주변의 잡음을 잘 물리쳐야 한다. 지위가 높아지면 남들의 시기와 모략이 따르고 본인은 외롭고 두려움을 느낀다. 나무에 올려놓고 흔드는 자가 필히 나타나는 勸上搖木(권상요목)이다. 그러니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는 날아가길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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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사람에게 지위를 양보해 준다는 推賢讓能(추현양능)과 같이 끝까지 신임하지 않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단지 이 삶이 오래 이어지도록 원한다는 但願人長久(단원인장구)는 애틋한 사랑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