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지욕胯下之辱 -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다, 큰 뜻을 위해 굴욕을 참다.
과하지욕(胯下之辱) -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다, 큰 뜻을 위해 굴욕을 참다.
사타구니 과(肉/6) 아래 하(一/2) 갈 지(丿/3) 욕될 욕(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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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고 분한 일이나 어려움과 괴로움을 잘 참는 것이 忍耐(인내)다. 참는 자에게는 복이 있고, 참으면 모든 문이 열린다고 동서양의 속담이나 격언들이 예찬하지만 실제 부닥쳤을 때 보통사람들이 이를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당장의 굴욕을 내일을 위해 참고 견뎌낸다는 성어는 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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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더미에 자고 쓸개를 맛보는 臥薪嘗膽(와신상담), 옻칠을 하고 숯을 삼키는 漆身呑炭(칠신탄탄), 얼굴에 뱉은 침을 마를 때까지 참는다는 唾面自乾(타면자건) 등이 먼저 떠오른다. 여기에 동네 불량배들의 가랑이 사이(胯下)를 기어가는 치욕을 당한(之辱) 韓信(한신)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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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은 처음 項羽(항우)의 휘하에 있다가 劉邦(유방)의 책사 蕭何(소하)의 추천으로 옮긴 뒤 漢(한)의 천하통일에 지대한 공헌을 올린 장군이다. 그와 관련한 성어도 많다. 배고플 때 밥 한 그릇을 준 아낙네에 一飯千金(일반천금)으로 보답한 것에서 背水之陣(배수지진), 四面楚歌(사면초가)의 작전, 유방과의 대화 중에서 多多益善(다다익선)이나 言聽計用(언청계용)이 있고 나중에 兎死狗烹(토사구팽)당하는 것도 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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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이 밑을 기면서 모욕을 잘 참은 이 성어는 앞서 소개한 受袴下辱(수과하욕, 袴는 바지 고, 사타구니 과)과 같고, 跨下之辱(과하지욕, 跨는 넘을 과), 絝下之辱(고하지욕, 絝는 바지 고) 등 여러 가지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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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사기)’의 淮陰侯(회음후) 열전에 굴욕을 이긴 한신의 이야기가 상세하게 나온다. 그는 가난한 중에서도 장차 명장이 되기 위해 병법을 공부했으나 출세의 기회는 오지 않아 하급관리의 식객이 됐다. 한번은 푸줏간 패거리 중의 한 사람이 칼을 차고 다니는 한신에게 겁쟁이라며 시비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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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나를 찔러 봐라(信能死 刺我/ 신능사 자아), 죽는 것이 두려우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不能死 出我袴下/ 불능사 출아고하).’ 물끄러미 불량배를 바라보던 한신은 ‘몸을 굽히고 그의 가랑이 밑을 기어갔다(俛出袴下蒲伏/ 면출과하포복).’ 俛은 구부릴, 힘쓸 면, 蒲는 부들 포. 한 때의 모욕을 견딘 한신은 대장군이 됐고 이 불량배를 거둬 수하에 두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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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는 인내치 못하는 인내를 인내하는 인내가 인내의 참 인내다. 말장난 같아도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참된 인내라는 말로 굴종이나 체념과는 다르다. 참을 忍(인) 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고 했다. 큰 뜻을 품은 한신이 사소한 시비에 휘말려 살인이라도 저질렀다면 미래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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菜根譚(채근담)의 좋은 말을 기억하자. ‘역경과 곤궁은 호걸을 단련하는 한 개의 도가니와 망치이다(橫逆困窮 是煅煉豪傑的 一副鑪錘/ 횡역곤궁 시단련호걸적 일부로추).’ 鑪는 화로 로, 爐(로)와 같다. 錘는 저울추 추, 쇠망치의 뜻도 있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