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녀宮女 3편
■ 궁녀(宮女) 3편
같은 상궁이라도 경력에 따라 품계가 달랐고, 또 같은 품계라 할지라도 소속 부서의 격에 따라 지위가 달라진다. 상궁은 다음과 같이 구분되었다.
후궁과 승은상궁을 제외한 모든 궁녀들의 가장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상궁이 제조상궁이다. 큰방상궁이라고도하며, 학식과 지도력이 모두 뛰어나야 했다. 제조상궁은 중전이나 대비마마와 직접 대면을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다. 많은 궁녀들 중 가장 어른으로 왕명을 받들고 내전(內殿)의 재산 관리를 담당했다. 부제조상궁은 내전 금고(창고, 물품)를 관리하는 상궁인데, 아리꼬阿里庫상궁으로도 불렀다.
대령상궁이라고도 불리는 지밀상궁은 국왕이나 왕비, 대비, 후궁 등의 윗전을 옆에서 직접 모시는 상궁이다. 왕의 측근에서 항상 그림자처럼 시위(侍衛)했다. 궁녀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곳이기도 한데, 그것은 아무래도 왕의 눈에 뜨이기 쉬운 위치에 있으므로 신분이 상승될 수 있는 로또라도 당첨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왕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기 때문에 얼굴도 예뻐야 하고, 몸가짐도 항상 바르게 해야 했던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보모상궁은 왕자와 공주의 육아를 맡는 상궁이다. 이들 중에서 왕세자의 보모가 가장 격이 높았다. 시녀상궁은 상감마마나 중전마마의 비밀스런 서적을 관리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서찰을 쓰고 정리하는 일을 했다. 중전이나 대비, 왕대비의 친정집에 특사로도 가고, 때론 어명을 받아 상감마마 행차에 동행하기도 한다. 궁중 의식이나 잔치 때 왕을 비롯한 왕비·왕대비 등의 인도와 진행을 담당했던 시녀상궁(侍女尙宮)은 서책 관리와 국상(國喪) 때 곡읍(哭泣)을 담당하기도 했다. 궁녀들의 상벌을 담당하고, 감시병 구실을 겸한 두려운 존재로 감찰상궁이 있다.
궁녀들은 궁중에서 일하는 대가로 그 지위에 따라 차등있게 월봉(月俸)과 생활필수품을 지급받았으나, 그 액수가 고정된 것은 아니었고 재정형편에 따라 감해지기도 하는 등 유동적이었다. 식생활은 궁중에서 해결되었으므로, 이러한 보수는 친가 부모·형제들에게 보탬이 되었다. 궁녀는 사용자인 정부에 노무를 제공하고, 임금과 복지를 경제적 보상으로서 받는 임금노동자인 셈이다.
-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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