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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4일 일요일

귤중지락橘中之樂 - 귤 속의 즐거움, 바둑 두는 재미

귤중지락橘中之樂 - 귤 속의 즐거움, 바둑 두는 재미

귤중지락(橘中之樂) - 귤 속의 즐거움, 바둑 두는 재미

귤 귤(木/12) 가운데 중(丨/3) 갈 지(丿/3) 즐길 락(木/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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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즐기는 사람들은 바둑판 위 361개의 교차점에 흑백의 돌로 기력을 겨루면서 그 안에 우주의 무한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스케일이 크고 수가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다. 머리를 쓰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애호가들이 자부하기도 한다. 고대 중국의 堯舜(요순) 성왕이 각기 아들 丹朱(단주)와 商均(상균)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 바둑은 그 역사만큼 다양한 이름에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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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棋(기) 碁(기)로 나타내고 奕(혁), 奕棋(혁기), 圍棋(위기)란 별칭이 있다. 흑돌, 백돌을 까마귀와 백로에 비유하여 烏鷺(오로), 손으로 의사를 통한다고 手談(수담), 마주 앉아 은둔의 경지에 들 수 있다고 坐隱(좌은)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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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재미를 감귤나무 열매와 관련지은 말도 다수다. 감귤 열매 속(橘中)에서 나누는 즐거움(之樂)이 대표인데 唐(당)나라의 牛僧孺(우승유)가 지은 전기소설 ‘玄怪錄(현괴록)’에 실려 전한다. 옛날 巴邛(파공, 邛은 수고할 공) 지방에 감귤농사를 짓는 농부가 있었다. 어느 해 유난히 큰 귤 두 개가 매달려 있는 것을 쪼개 보니 각각 두 쌍의 노인이 바둑판을 놓고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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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이 농부에 질책한다. ‘귤 속의 재미는 상산사호에 뒤지지 않는 즐거움인데(橘中之樂 不減商山/ 귤중지락 불감상산), 뿌리가 튼튼하지 못해 뽑히고 말았구나(但不得深根固蒂 爲摘下耳/ 단부득심근고체 위적하이).’ 蒂는 꼭지 체. 눈썹도 수염도 새하얀 네 노인은 漢(한)나라 商山(상산)에 살던 4명의 은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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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온 귤과 관련된 바둑의 즐거움은 橘中翁(귤중옹), 橘中二老(귤중이로), 橘中眞樂(귤중진락) 등으로도 불리는데 판이 깨진 노인들은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는 이야기다. 신선처럼 아무 걱정이나 근심 없이 평안하게 즐긴다고 바둑을 신선놀음이라고 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도 있다. 또 다른 전설이 梁(양)나라 任昉(임방)의 ‘述異記(술이기)’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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晉(진)나라 때 王質(왕질)이란 나무꾼이 평소 가보지 못한 산으로 들어갔다가 두 동자가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게 되었다. 한 동자가 준 환약을 먹고 배고픈 줄 모르고 빠져 있는데 도끼자루가 썩었다고 알려줘 정신 차리고 집으로 오니 증조부의 제삿날이라 했다. 신선인 동자의 바둑 구경에 많은 세월이 흘렀던 것이다. 썩은 도끼자루 爛柯(난가)의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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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모두 찬미한 것은 아니다. 孟子(맹자)는 博奕好飮酒(박혁호음주)라 하여 장기나 바둑 같은 노름에 빠지고 음주를 즐기는 것은 불효라 했다. 바둑으로 망친 사람의 대표로는 百濟(백제)의 蓋鹵王(개로왕)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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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도사 道琳(도림)이란 高句麗(고구려) 첩자와 바둑을 즐기다 적의 침입도 몰랐다는 이야기다. 신선놀음이란 말대로 바둑을 두는 사람이나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나 시간 가는 줄을 모르기 때문에 경계하라는 말이겠다. 어디에서나 지나치면 탈이 나는 법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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