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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6일 화요일

하필성문下筆成文 - 붓을 들기만 하면 문장이 이루어진다, 글재주가 뛰어난 사람

하필성문下筆成文 - 붓을 들기만 하면 문장이 이루어진다, 글재주가 뛰어난 사람

하필성문(下筆成文) - 붓을 들기만 하면 문장이 이루어진다, 글재주가 뛰어난 사람

아래 하(一/2) 붓 필(竹/6) 이룰 성(戈/3) 글월 문(文/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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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막힘없이 시원하게 쓴 글씨를 一筆揮之(일필휘지)라 한다. 대체로 붓을 떼지 않고 쓴 글씨를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시간에 완성한 그림도 포함한다. 감상하는 일반 사람들이야 순간적으로 쓴 글씨나 그려낸 명화를 보며 작가의 타고난 재주라고 탄복한다. 하지만 정작 작가의 갈고 닦은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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磨穿鐵硯(마천철연)은 쇠로 된 벼루가 닳아서 구멍이 나고, 如筆堆山(여필퇴산)은 닳아진 몽당붓이 언덕과 같이 쌓였다는 말이다. 秋史體(추사체)의 명필 金正喜(김정희)도 禿盡千毫(독진천호), 천 자루의 붓을 닳게 한 노력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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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힘없는 글씨와 그림에 비해 단숨에 지은 문장에 대한 성어도 있다. 붓을 드리워 쓰기만 하면(下筆) 문장이 이루어진다(成文)는 기막힌 글재주다. 주인공은 중국 ‘三國志(삼국지)’ 魏書(위서)에 나오는 曹操(조조)의 셋째 아들 曹植(조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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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10세가 되면서 시론과 시부 수십만 구절을 통독하고 시와 문장에도 뛰어났다. 어느 때 조조가 조식의 문장을 보고 그 뛰어남에 놀라 남에게 대필시킨 것이 아니냐고 캐물었다. 조식은 무릎을 꿇고 답한다. ‘제가 말을 하면 경론이고, 붓을 드리우면 문장이 됩니다(言出爲論 下筆成章/ 언출위론 하필성장).’ 이런 재주를 가졌는데 누구한테 대신 써 달라고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자신만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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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의 이런 자부심은 조조가 銅雀臺(동작대)를 지었을 때 면전에서 賦(부)를 지었고, 형 曹丕(조비)의 트집으로 일곱 걸음을 디딜 동안 완성한 七步詩(칠보시)에서 煮豆燃萁(자두연기, 萁는 콩대 기)라는 멋진 비유를 남겨 입증됐다. 조식은 자신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재주를 평가한 데서도 이런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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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석학 蔡邕(채옹, 邕은 막힐 옹)이 재능을 인정했던 王粲(왕찬, 粲은 선명할 찬)에 대해 ‘문장은 봄꽃과 같고, 생각은 샘처럼 솟아오른다. 하는 말마다 읊조릴 만하고, 붓을 놀리면 작품이 된다(文若春華 思若湧泉 發言可詠 下筆成篇/ 문약춘화 사약용천 발언가영 하필성편)’고 높이 칭송했다. 下筆成章(하필성장), 下筆成篇(하필성편) 모두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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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의 문인들은 더욱 조식의 재주를 높이 평가했다. 南北朝(남북조)시대의 이름난 산수시인 謝靈運(사령운)은 천하의 글재주가 모두 한 섬이라면 조식이 八斗之才(팔두지재), 여덟 말을 차지한다고 했고, 淸(청)나라 시인 王士禎(왕세정)은 조식과 李白(이백), 蘇軾(소식)을 신선의 재능을 지닌 단 세 사람이라 극찬했다. 하지만 조식의 이런 재주가 타고난 재주만으로 된 것은 아니란 것은 모두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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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를 뚝딱 내놓는 천재작가들도 단숨에 썼다는 일필휘지라는 말을 멀리 한다고 한다. 좋은 글을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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