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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2일 금요일

야화소부진野火燒不盡 - 들불에도 잡초는 다 타지 않는다, 끈질긴 생명력을 비유 

야화소부진野火燒不盡 - 들불에도 잡초는 다 타지 않는다, 끈질긴 생명력을 비유 

야화소부진(野火燒不盡) - 들불에도 잡초는 다 타지 않는다, 끈질긴 생명력을 비유\xa0

들 야(里/4) 불 화(火/0) 사를 소(火/12) 아닐 불, 부(一/3) 다할 진(皿/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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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생명력이라면 먼저 잡초를 떠올린다. 농작물 자라는 곳마다 가꾸지 않아도 먼저 자리 잡는 잡초를 보이는 족족 뽑아도 더 번지기만 한다. 하지만 이 불청객 잡초를 달리 본 문객도 있다. 아름다운 백합이 썩으면 잡초보다 더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거나, 산야의 멋들어진 경치는 이름 모를 만 가지 풀꽃들의 밑받침이 없었다면 흡사 속옷 벗은 여인처럼 짜임새 없었을 것이라 표현한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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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잡초를 태우기 위해 들불을 놓아도(野火) 다 태울 수 없다(燒不盡)는 이 성어는 唐(당)나라의 대시인 白居易(백거이, 772~846)의 시구에서 왔다. 다함없는 생명력처럼 가시지 않는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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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에서 시대에 따라 번성한 부문이 달라도 詩(시)라 하면 唐詩(당시)란 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당나라 때 번성했다. 5언, 7언의 律詩(율시)와 絶句(절구) 같은 近體詩(근체시)가 완성된 이 시기는 全唐詩(전당시)에 2300여 시인, 4만 8900여 수가 수록됐다니 놀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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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자인 樂天(낙천)으로 더 잘 알려진 백거이는 李白(이백), 杜甫(두보)보다 약간 후세이지만 韓愈(한유)와 함께 李杜韓白(이두한백)으로 통칭된다. 그의 시는 사회모순을 고발하는 新樂府(신악부) 운동에 참여했어도 쉬우면서 매끄러운 시체로 널리 읽혔고 琵琶行(비파행), 長恨歌(장한가) 등 장편 명작을 많이 남겼다.

성어가 나온 시는 ‘草(초)’라 약칭되는 古原草(고원초)라는 제목으로 옛 언덕 풀밭에서 떠나는 친구를 아쉬워하는 내용이다. 앞부분에 나오는 구절을 보자. ‘언덕 위 우거진 풀잎 이리저리 날려도, 해마다 시들었다 무성해지지(離離原上草 一歲一枯榮/ 일세일고영 이리원상초). 들불을 놓아도 다 타지 않고, 봄바람 불면 다시 돋아난다네(野火燒不盡 春風吹又生/ 야화소부진 춘풍취우생).’ 이 봄에 그대를 보내니 우거진 풀처럼 이별의 정이 가득하다고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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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 재미있는 일화가 따른다. 당시 명성이 있던 顧況(고황)을 백거이가 찾아 보여줬더니 이름만으로 쌀값이 비싸 살기 어려울 것(居住不易/ 거주불이)이라 했다가 시를 다 읽고서는 이런 재주로는 살기 쉽겠다(居亦容易/ 거역용이)고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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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뒤따라 붙는 구절대로 春風吹又生(춘풍취우생), 봄철이 되어 바람 불면 다시 돋아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잡초는 그래도 산야의 풍취를 이루는 면도 있다. 전혀 득이 되지 않는 사회의 잡초는 참으로 처치 곤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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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에서 질서를 예사로 어기고, 남을 속이며, 재산을 가로채고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는 범죄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자들은 강력단속으로 줄어들기는 하지만 더욱 고약한 것이 내편만 감싸는 ‘내로남불’은 없어지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기막힌 변명을 창조해 뻔뻔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 옛말 그른 것이 없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