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나무의 일 / 오은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나무의 일 / 오은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5년 10월 27일 월요일

나무의 일 / 오은

나무의 일 / 오은

나무의 일 / 오은

나무가 책상이 되는 일

잘리고 구멍이 뚫리고 못이 박히고

낯선 부위와 마주하는 일

모서리를 갖는 일

나무가 침대가 되는 일

나를 지우면서 너를 드러내는 일

나를 비우면서 너를 채우는 일

부피를 갖는 일

나무가 합판이 되는 일

나무가 종이가 되는 일

점점 얇아지는 일

나무가 연필이 되는 일

더 날카로워지는 일

종이가 된 나무가

연필이 된 나무와 만나는 일

밤새 사각거리는 일

종이가 된 나무와

연필이 된 나무가

책상이 된 나무와 만나는 일

한 몸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다음 날이 되는 일

나무가 문이 되는 일

그림자가 드나들 수 있게

기꺼이 열리는 일

내일을 보고 싶지 않아

굳게 닫히는 일

빗소리를 그리워하는 일

나무가 계단이 되는 일

흙에 덮이는 일

비에 젖는 일

사이를 만들며

발판이 되는 일

나무가 우산이 되는 일

펼 때부터 접힐 때까지

흔들리는 일

♨ 좋은 글 더보기 : i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