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소낙엽秋風掃落葉 - 가을바람에 낙엽이 휩쓸리다, 낡은 세력을 일소하다.
추풍소낙엽(秋風掃落葉) - 가을바람에 낙엽이 휩쓸리다, 낡은 세력을 일소하다.
가을 추(禾/4) 바람 풍(風/0) 쓸 소(扌/8) 떨어질 락(艹/9) 잎 엽(艹/9)
식물의 잎이 날씨 등 환경의 적응으로 양분을 보내고 말라서 떨어진다. 낙엽을 보고 생명을 다한 처량한 신세를 느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비상한 감각을 지닌 철인들은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를 보고 한 해가 저무는 것을 알고(見一葉落而 知歲之將暮/ 견일엽낙이 지세지장모), 낙엽은 결코 죽지 않고 새로운 생을 준비하는 목소리라 느낀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스산한 가을바람(秋風)에 휩쓸려 날아가는 나뭇잎(掃落葉)을 보면 형세가 다한 초라한 모습이고 전성기를 호령하다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 말은 바람의 입장에서 강력한 힘으로 낡은 세력을 일소하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가을철 바람은 아니라도 ‘三國志(삼국지)’에서 쏜살같은 바람(迅風/ 신풍)이 낙엽을 쓸어버린다(振秋葉/ 진추엽)는 말이 군사의 기세를 비유한 것으로 나온다. 東漢(동한) 말기 4대째 정승벼슬을 한 명문 집안의 袁紹(원소)는 초기에 큰 세력을 떨쳤으나 曹操(조조)에 패하고 셋째 아들 袁尙(원상)이 권력을 승계한다.
이에 불만을 품은 장남 袁譚(원담)이 원상과 일전을 벌였다가 밀리게 되자 조조와 강화하게 된다. 부친의 원수인 조조와는 내키지 않았으나 먼저 강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모사 郭圖(곽도)의 건의에 의해 특사로 辛毗(신비)를 보냈다.
조조를 찾아간 신비는 원담과의 강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원상을 공격하는 전투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조조는 원상의 병력이 막강한데 그를 이길 수 있겠는지 묻자 신비가 말한다. 승상의 막강한 위세로 ’피곤에 찌든 원상을 공격하는 것은 마치 질풍이 낙엽을 쓸어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擊疲弊之寇 無異迅風之振秋葉矣/ 격피폐지구 무이신풍지진추엽의)’고 했다.
신비의 비유에 조조는 크게 웃으며 원담과 강화하기로 했다. 후일 원상은 조조군에 쫓겨 도주했다가 죽고 원담도 계획이 틀어진 뒤 격전 중에 사망했다. 결국 조조 바람에 원소 일가가 모두 날아간 셈이다.
무서운 기세로 바람이 세차게 불면 남아나는 낙엽이 없다. 그렇다고 모두 죽을 수는 없다. 바위 뒤쪽에 납작 엎드리거나 물에 떨어졌다가 찰싹 땅에 붙으면 피할 수가 있다.
지진이나 산불 등 재해가 닥쳤을 때 재빨리 규범 따라 대피하고, 특히 근년의 세상을 공포에 휩싸이게 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소극적이나마 효과를 보았다. 아무리 맹렬한 기세로 덮치는 재난이라도 지나갈 때가 있으니 현명하게 잘 참고 견뎌야 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