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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7일 수요일

조운모우朝雲暮雨 - 아침 구름과 저녁 비, 남녀의 사랑

조운모우朝雲暮雨 - 아침 구름과 저녁 비, 남녀의 사랑

조운모우(朝雲暮雨) - 아침 구름과 저녁 비, 남녀의 사랑

아침 조(月/8) 구름 운(雨/4) 저물 모(日/11) 비 우(雨/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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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구름(朝雲)과 저녁때에 내리는 비(暮雨)라는 말은 정상적으로 날씨의 변화를 나타내겠지만 이 뜻보다는 달리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가까이 있다는 애틋한 정을 전하고 구름과 비가 농사에 큰 도움을 주니 혜택을 입었을 때 비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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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많이 이해하기로는 남녀의 육체적 관계를 구름과 비, 雲雨(운우)로 많이 표현하는데 여기에는 雲雨之樂(운우지락)에서 소개한대로 재미있는 고사가 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巫山(무산)이 나오고 神女(신녀)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楚(초)나라의 시인 宋玉(송옥)의 ‘高唐賦(고당부)’에 실려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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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은 위아래가 모두 흐리다고 통탄한 擧世皆濁(거세개탁)의 충신 屈原(굴원)의 문인으로 屈宋(굴송)이라 병칭되는 美如宋玉(미여송옥)의 미남시인이었다. 그가 襄王(양왕)을 모시고 洞庭湖(동정호)에 나들이 갔을 때 雲夢(운몽)의 누대에서 高唐館(고당관)을 바라보니 그 위에서만 구름이 몰려 아래위로 솟구치고 모양이 바뀌는 등 변화가 끝이 없었다. 양왕이 송옥에게 물어보니 부왕 懷王(회왕)과 무산에 살았던 신녀 瑤姬(요희)가 사랑을 나누며 그 흔적으로 남은 朝雲(조운)이라 답했다. 조운이 어떤 구름인가 물어보니 자세히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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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선왕이 고당에 유람 왔다가 피곤하여 낮잠을 자게 됐을 때 꿈속에 한 여인이 나타났다. 자신은 무산에 사는 신녀인데 ‘왕께서 고당에서 노니신다고 하기에 잠자리를 받들고자 왔습니다(聞君遊高唐 願薦枕席/ 문군유고당 원천침석)’라 말한다. 꿈속에서 정을 나눈 왕에게 여인은 떠나면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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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어, 아침저녁으로 양대 아래에 있을 것입니다(旦爲朝雲 暮爲行雨 朝朝暮暮 陽臺之下/ 단위조운 모위행우 조조모모 양대지하).’ 아침에 보니 여인의 말대로 구름이 걸려 있어 그 곳에 묘당을 짓고 朝雲廟(조운묘)라 했다는 것이다. 한 번 인연을 맺고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경우는 그 이후 陽臺不歸之雲(양대불귀지운)이란 말로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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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 변한다는 朝令暮改(조령모개)나 朝三暮四(조삼모사) 등과 같이 朝暮(조모)에는 부정적인 말만 포함하지 않는다. 몸은 멀어도 마음만은, 초목과 농사에 도움을 주는 비구름같이 남녀의 사랑 이전의 뜻은 숭고하다. ‘님의 침묵’의 민족시인 韓龍雲(한용운)은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란 글에 묘사한 부분을 인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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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듯하다가 푸르고 푸른 듯하다가 희어지며 가늘게 떨리는 그대의 입술은 웃음의 조운이냐 울음의 모우이냐.’ 논개의 높은 애국심과 순국행위를 천추에도 죽지 않을 것이라고 예찬했다는 시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