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히말리야 산맥의 산골 마을에 낯선 아가씨 한 명이 나타났습니다. 아리따운 아가씨의 눈망울엔 근심이 가득 서려 있었습니다. 아가씨는 마을 어귀의 강가로 가더니 오래도록 흐르는 물을 쳐다보았습니다.
눈 덮인 히말리야 산맥의 산골 마을에 낯선 아가씨 한 명이 나타났습니다. 아리따운 아가씨의 눈망울엔 근심이 가득 서려 있었습니다. 아가씨는 마을 어귀의 강가로 가더니 오래도록 흐르는 물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날 이후 아가씨는 그 마을에 머물렀습니다. 다음날 이른 새벽, 양을 치러 나가던 어린 목동이 강에 앉아 있는 아가씨를 보았습니다. 아가씨는 마치 무엇을 기다리는 듯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목동이 양을 몰고 나타났을 때에도 아가씨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기다리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몇 번씩 그녀의 곁을 스쳐갔습니다. 아가씨의 머리에도 어느덧 하얀 세월의 눈이 내렸고, 얼굴에는 주름이 잡혀갔습니다.
어느덧 할머니가 된 아가씨는 그때까지의 변함없이 그 강가를 떠날 줄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강물의 위쪽에서 무언가 둥실둥실 떠내려왔습니다. 놀랍게도 한 젊은이의 시체였습니다.
할머니가 된 아가씨는 벌떡 일어나 강 위쪽으로 뛰어가 그 젊은이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녀의 입가에는 오랜만에 엷은 미소가 감돌았고, 그녀의 눈은 기쁨으로 빛났습니다.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녀는 울먹이며 입을 열었습니다.
"이 청년은 제 약혼자랍니다. 수십 년 전 히말리야에 올라갔다가 행방불명이 되었지요. 저는 지금까지 이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그녀는 히말리야 산맥 어디쯤에서 눈 속에 파묻힌 약혼자가 눈이 조금씩 녹으면서 강가로 흘러내려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할머니가 되어 버린 그녀는 떠날 때 모습 그대로인 청년을 오래도록 껴안고 있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주고 싶은 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