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동치활頭童齒豁 - 머리는 아이처럼 벗겨지고 이는 빠져 훤하다, 늙음의 비
두동치활(頭童齒豁) - 머리는 아이처럼 벗겨지고 이는 빠져 훤하다, 늙음의 비
머리 두(頁/7) 아이 동(立/7) 이 치(齒/0) 넓을 활(谷/10)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나이가 들면 어린애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늙으면 말과 행동이 자신도 모르게 철이 없어진다. 자신은 인정하지 않더라도 겉보기에는 영락없다. 머리가 벗겨져 갓난아이처럼 민둥산 머리(頭童)가 되고, 이는 빠져 바람이 드나들 정도로 휑하다(齒豁). 늙게 되면 비관만 할 것인가. 젊음이 오래 갈 것 같지만 세월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후딱 지나간다. 연륜이 쌓인 만큼 경험과 지혜를 썩히지 않아야 하니 ‘나라 상감님도 늙은이 대접은 한다’고 하지 않았을까.
늙고 추한 모습을 표현한 이 성어가 처음 나오는 곳은 韓愈(한유, 768~824)의 ‘進學解(진학해)’라는 글이다.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唐(당)의 문장가 한유는 일찍 벼슬길에 나섰으나 곧은 성품으로 황실과 잦은 마찰을 일으켜 지방을 전전했다. 그는 이 글에서 학업은 부지런한데서 정진되고 놀게 되면 황폐해진다고 제자들에게 강조한다. 하지만 재주와 덕이 뛰어난 스승이 곧 허물을 얻어 크게 등용되지 못한 것을 아는 제자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선생님께서 가족을 돌보지 않아 겨울이 따뜻해도 아이들은 춥다고 울고, 풍년이 들어도 사모님께서는 배고파 울었다면서 항의한다. ‘머리가 벗겨지고 이가 빠져 죽을 때까지 좋은 일이 무엇이었습니까(頭童齒豁 竟死何裨/ 두동치활 경사하비)?’ 여기에 牛溲馬勃(우수마발), 쇠오줌과 말똥이라도 쓰일 때가 있으니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하는 것이 이어진다. 우리의 茶山(다산) 丁若鏞(정약용) 선생은 머리 가꾸는 번거로움에서 해방 되었다며 ‘민둥머리가 참으로 좋다(髮鬜良獨喜/ 발간양독희)’고 했고, 치통이 사라졌으니 ‘치아 없는 것이 그 다음이라(齒豁抑其次/ 치활억기차)’고 늙음을 예찬했다. 鬜은 대머리 간.
우리나라는 수명이 늘어 노인인구가 급증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서는 고령화 사회다.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고수준인 것도 걱정이지만 취업이나 연금 기금문제로 세대갈등까지 빚고 있다. 정책으로 꼼꼼히 대처해야 할 문제인데 젊은 층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이 노인의 백발머리 참으로 가련하지만, 그도 지난날에는 홍안의 미소년이었네(此翁白頭眞可憐 伊昔紅顔美少年/ 차옹백두진가련 이석홍안미소년)’란 시를 떠올려 보자. ‘해마다 사람은 늙어 그 사람 아니라(歲歲年年人不同/ 세세연년인부동)’는 구절로 유명한 初唐(초당) 劉希夷(유희이)의 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