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언앵무能言鸚鵡 - 앵무새도 능히 말을 한다, 말만 앞세우고 실속이 없다.
능언앵무(能言鸚鵡) - 앵무새도 능히 말을 한다, 말만 앞세우고 실속이 없다.
능할 능(肉/6) 말씀 언(言/0) 앵무새 앵(鳥/17) 앵무새 무(鳥/7)
사람들의 말이나 소리를 흉내 내서 귀여움을 받는 새 鸚鵡(앵무)는 이칭도 많다. 작은 앵무새를 흔히 말하는 잉꼬는 鸚哥(앵가)의 일본식 발음에서 왔다. 중국 唐(당)나라 玄宗(현종)과 楊貴妃(양귀비)의 사랑을 듬뿍 받은 雪衣娘(설의랑)은 하얀 앵무새를 가리켰다. 八哥(팔가)라 하여 스님의 염불도 따라 할 줄 안다고 한 새는 앵무새라 하기도 하고 달리 말 흉내 내는 九官鳥(구관조)를 가리킨다고도 한다. 어쨌든 영리한 놈은 100단어 가량 외우기도 한다니 사랑을 독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앵무새는 말 잘하여도 날아다니는 새다’란 속담은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천이 따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능히 말을 할 수 있는(能言) 앵무새(鸚鵡)라는 말은 재주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말만 앞세우고 행실이나 학식은 따르지 못하는 사람을 비꼰다. 孔子(공자)가 강조한 訥言敏行(눌언민행), 말을 느리고 잘못 하더라도 실천을 앞세우라고 한 것과도 대비된다. 유교 경전 ‘禮記(예기)’는 五經(오경)의 하나인데 大學(대학)과 中庸(중용)이 四書(사서)로 독립하기 전엔 여기에 포함됐다. 예의 이론과 실제를 담아 경서의 첫손에 꼽히는 이 책은 모두 49편이 전하는 중 제일 첫 편이 曲禮(곡례) 상편이다. 성어가 나오는 이 편 앞부분에도 좋은 말이 있으니 짚고 가면 좋겠다.
‘도덕과 인의는 예가 아니면 완성되지 않으며, 교훈으로 풍속을 바로잡는 것도 예를 따르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道德仁義 非禮不成 教訓正俗 非禮不備/ 도덕인의 비례불성 교훈정속 비례불비).’ 다음 절에 앵무가 등장한다. ‘앵무새는 능히 말을 할 줄 알지만 하늘을 나는 새일 뿐이며(鸚鵡能言 不離飛鳥/ 앵무능언 불리비조), 성성이란 원숭이도 말을 할 수 있지만 짐승에 지나지 않는다(猩猩能言 不離禽獸/ 성성능언 불리금수).’ 그러니 사람으로서 예절을 지키지 못하면 금수의 마음과 같다는 가르침이다.
웅변가의 청산유수 같은 말은 口若懸河(구약현하)라 하여 들을 때는 넋을 놓고 빠져든다. 특히 지도자를 뽑는 연설회에선 말 잘 하는 후보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킨 지도자 모세도 말에는 자신이 없었다고 하고, 역사상 뛰어난 웅변가 중에서도 말더듬이가 많았다고 한다. 말을 잘 하는 것보다 청중과 공감하고 본질을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앞세워 지도자가 된 사람들, 실천도 못할 空約(공약)을 내세워 사후에는 나몰라하는 사람들은 앵무와 같은 셈이다. 아니 귀여움과는 거리가 머니 앵무보다 못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