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언하익多言何益 - 말이 많으면 무슨 이익이 있을까, 말은 때에 맞춰 해야 한다.
다언하익(多言何益) - 말이 많으면 무슨 이익이 있을까, 말은 때에 맞춰 해야 한다.
많을 다(夕/3) 말씀 언(言/0) 어찌 하(亻/5) 더할 익(皿/5)
엄청난 일을 이뤄놓고도 자기 자랑을 늘어놓으면 업적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적다. 꼭 필요한 생각만 전하면 될 일을 덧붙이다가 역효과를 낸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는 말대로 입으로는 그럴듯하게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를 넘어 老子(노자)가 道德經(도덕경)에서 말한 자주 궁지에 몰리게 된다. 바로 多言數窮(다언삭궁, 셈 수의 數는 이때 자주 삭)이다. 말을 한 마디 잘못 했다가 禍根(화근)이 되는 경우가 많아 口禍之門(구화지문)이라 한 사람은 馮道(풍도)다.\xa0
입을 다물고 살 수는 없는 만큼 많이 하지 않고 쓸 말만 한다면 ‘천 냥 빚도 말로 갚는다’는 속담과 같이 큰 득을 볼 수는 있다. 여기 반하여 말을 많이 하면(多言) 도대체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何益) 하며 때에 맞춰 말을 하지 않으면 득은커녕 화가 기다린다는 의미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초기의 사상가인 墨子(묵자)의 寓言(우언)이라며 전해오는 재미있는 비유가 있다.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옛 이야기를 빌어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우언은 묵자나 莊子(장자)서 비롯됐다고 한다.
후세 연구자들의 저술 ‘墨子後語(묵자후어)’에 나온다는 내용을 보자. 子禽(자금)이라는 묵자의 제자가 스승에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유익하겠는지(多言有益/ 다언유익) 여쭤보았다. 묵자는 알기 쉽게 일러준다. ‘두꺼비와 개구리, 파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혀가 닳도록 울고 윙윙거려도 사람들은 모두 그 소리를 귀찮게 여겨 듣지 않는다(蝦蟆蛙蠅 日夜恒鳴 口乾舌敝 然而不聽/ 하마와승 일야항명 구건설폐 연이불청).’ 蝦蟆는 두꺼비 하, 두꺼비 마, 敝는 해질 폐. 그러면서 새벽닭이 울면 반가워 천하 사람들이 잠을 깨니 ‘말이 많은 것이 어찌 유익하겠는가, 때맞춰 하는 것이 중요하다(多言何益 其言之時也/ 다언하익 기언지시야)’고 했다.
말은 때에 따라 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에 맞춰 실천이 따라야 천금의 값을 지닌다. 하지만 말로써 살아가는 정치 지도자들의 말의 값을 매기면 얼마나 될까. 강이 없는 곳에 다리를 놓는다는 공약을 하고 언제 그랬느냐며 시치미 뗀다. 국민들을 위한다기보다 불안하게 하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나라의 체면까지 손상시키는 경우도 본다. 말을 안 할 수는 없으니 때를 잘 가려 할 말만 하는 신중한 정치인이 많아야겠다. \xa0/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