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지폐斷袖之嬖 - 옷소매를 자르는 사랑, 동성애의 이칭
단수지폐(斷袖之嬖) - 옷소매를 자르는 사랑, 동성애의 이칭
끊을 단(斤/14) 소매 수(衣/5) 갈 지(丿/3) 사랑할 폐(女/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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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를 자를 정도의 사랑이라 의미가 아리송하지만 고사를 알고 나면 뜻이 명확해진다. 동성애를 말한다. 여기서 사랑할 嬖자는 아첨, 아양을 일삼는 신하나 첩을 이르는 嬖臣(폐신), 嬖妾(폐첩)이라는 말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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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는 글자 그대로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 간의 성적 끌림을 뜻하고 남성끼리는 게이(gay), 여성끼리는 레즈비언(lesbian)이라 칭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동성애를 뜻하는 성어가 번연히 있는 것을 보아 역사가 오래임을 알겠다. 남성 간의 사랑이 주이고 漢代(한대)이래 왕족과 귀족들 사이에서 널리 유행 하였던 오랜 풍습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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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漢(전한) 13대 哀帝(애제) 때에 董賢(동현)이란 미소년이 있었다. 그는 어전 아래서 시각을 알리는 일을 하다 그 용모를 보고 귀여워하던 왕의 발탁으로 벼슬을 받고 부친까지 지위를 높여 주었다. 왕은 동현을 더욱 총애하면서 행차할 때에는 수레에 함께 태웠고 기거를 함께 하며 항상 옆을 지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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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두 사람이 함께 낮잠을 잤는데 먼저 잠을 깬 왕이 일어나려 했으나 동현이 소매를 베고 자고 있었다. 애제는 곤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깨지 않도록 자신의 소매를 자르고 일어났다. 왕이 동현을 사랑함이 이같이 지극했다(不欲動賢 乃斷袖而起 其恩愛至此/ 불욕동현 내단수이기 기은애지차). 班固(반고)가 쓴 ‘漢書(한서)’의 佞幸傳(영행전, 佞은 아첨할 녕)에 실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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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것이 斷袖之嬖로 알려진 애제와 동현이지만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는 두루 전한다. 漢高祖(한고조) 때는 소년 籍(적)이, 혜제 때는 閎(굉, 閎은 클 굉)이 귀여움을 받았고 더 앞서 戰國時代(전국시대) 魏王(위왕)과 龍陽君(용양군)의 관계를 말한 龍陽之寵(용양지총) 이란 말도 남았다. /\xa0\xa0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