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종의 원혼 설화
■ 단종의 원혼 설화
단종이 세상을 떠난 이후 영월부사가 부임하는 날에 급사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래서 영월로 부임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영월은 폐읍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한 대담한 사람이 영월부사를 자청하여 부임하였다. 부임 첫 날에 의관을 정제하고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찬바람이 불더니 익선관에 곤룡포를 입은 소년 왕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신임 부사가 곧 단종임을 직감하고 부복하니, 단종은 "내가 죽을 때 목을 조른 활줄이 아직 남아있어 목이 갑갑해 그것을 풀어달라 하려고 왔는데, 지금까지 영월 부사들은 겁이 많아서 나를 보자마자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신임 영월 부사가 단종의 시신이 어디 있는지를 묻자, 단종은 "엄흥도 호장이 알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단종은 홀연히 사라졌다. 다음 날 부사가 엄흥도 호장을 불러 전날의 이야기를 해주자, 엄흥도는 자신이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역사 기록이나 설화 양쪽 다 엄흥도가 단종을 장사지낸 후 자취를 감췄다고 하므로 이건 말이 맞지 않는데, 설화의 다른 버전 중에는 꿈에서 단종이 영월부사에게 엄흥도를 찾아가라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는 내용도 있다. 단종의 무덤을 파보니 과연 활줄이 목에 얽혀 있어 활줄을 푼 뒤 다시 묻고 정중히 제사 올렸다고 한다. 그 후 영월부사가 급사하는 일은 없어지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인 듯하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영월의 관리들이 여럿 죽는 일이 벌어졌는데 박충원이라는 사람이 영월 군수로 부임한 뒤 제문을 지어 단종의 넋을 위로했고 그 뒤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선조수정실록 14년2월1일 7번째 기사>
다른 이야기도 있다. 엄흥도와 그의 아들이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매장할 곳을 찾아 헤맸으나, 눈보라가 내리치는 엄동설한이라 땅이 모두 얼어붙어 무덤을 파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 때 어디선가 노루 1마리가 홀연히 나타나 눈밭에 앉아 잠시 쉬고 갔는데, 그 눈 녹은 자리를 파 단종의 시신을 묻었다고 한다. 훗날 복위된 단종의 왕릉을 이장하기 위해 조정에서 지관을 보내어 장릉의 지세를 살펴보니, 엄흥도가 임시방편으로 모셨던 그 자리가 천하의 길지(吉地)라 함으로 이장하지 않고 묘제만 왕릉의 격식에 맞추어 고쳤다고 한다.
단종을 폐위시켰던 세조는 이후 현덕왕후(문종의 비, 단종母)의 유령에 시달렸다고 한다. 꿈속에서 현덕왕후가 세조에게 침을 뱉었는데, 이후 침을 맞은 자리를 시작으로 온 몸에 종기가 생겨 평생 피부병으로 고생을 했다. 세조의 장남 의경세자는 큰어머니(현덕왕후)의 유령에 시달리다 죽었다고 한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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