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칠결讀書七訣 - 책을 읽을 때의 일곱 가지 비결
독서칠결(讀書七訣) - 책을 읽을 때의 일곱 가지 비결
읽을 독(言/15) 글 서(曰/6) 일곱 칠(一/1) 이별할 결(言/4)
옛날 학자들의 일과는 독서로 시작하여 독서로 끝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높은 자리의 선비들이 책을 읽는 것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일상이 바쁜 오늘날은 태도만 배우고 따라갈 수는 없다. 다만 얼마 전까지도 사전을 외우고 외운 부분은 씹어 먹었다는 무용담이 회자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은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소수의 어떤 책은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한다’란 베이컨의 조언을 충실히 따랐던 셈이다.
宋(송)나라의 문장가 歐陽脩(구양수, 脩는 길 수)는 일생동안 천권의 책을 열심히 공부하고 歐陽讀書法(구양독서법)을 남겼다. 論語(논어)부터 左氏傳(좌씨전)까지 고전 글자 수를 계산하여 약50만 자를 날마다 300자씩 외우면 4년 반이면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컴퓨터에 인공지능까지 활용하는 지금 보면 어리석은 방법일지라도 그만큼 열심히 공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서도 책을 읽을 때(讀書) 유념해야 할 일곱 가지 비결(七訣)이란 것이 전해지는데 하나같이 가까이 할 수 있는 것보다는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조선 중기 학자 成文濬(성문준, 1559~1626)의 ‘滄浪集(창랑집)’에 실린 이 글은 그의 조카 申湸(신량)이 어릴 때부터 재주가 남다른 것을 알고 지어준 것이라 한다.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한 권을 집중하여 수백 번씩 줄줄 외울 때까지 읽는다. 둘째 건너뛰는 법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읽어야 한다. 셋째 감정을 이입해서 몰입해야 한다. 넷째 계통을 갖춰서 읽되 전체 글의 어디쯤에 해당하는지 파악한다. 다섯째 낮에 읽고 밤에 생각한다. 여섯째 지은이의 마음속 생각을 얻으려 노력한다. 일곱째 읽는데 그치지 말고 자기 글로 엮어보는 연습을 병행한다.
구양독서법이나 일곱 가지 비결이나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실천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이대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마음의 양식인 책을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자제들의 글 읽는 소리가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 듣기 좋다고 한 淸(청)나라 金聖嘆(김성탄)의 말대로 책을 멀리 하는 현대인들이 자녀들의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