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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4일 목요일

돈견豚犬 - 미련하고 못난 사람의 비유, 자기의 아들을 낮추어 부르는 말

돈견豚犬 - 미련하고 못난 사람의 비유, 자기의 아들을 낮추어 부르는 말

돈견(豚犬) - 미련하고 못난 사람의 비유, 자기의 아들을 낮추어 부르는 말

돼지 돈(豕/4) 개 견(犬/0)

돼지(豚)와 개(犬)를 함께 이르는 이 말을 뒤집어 犬豚(견돈)이나 더 어렵게 狗彘(구체, 彘는 돼지 체)라고도 한다. 포유류 중에서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 개는 사냥이나 番犬(번견)에서 伴侶犬(반려)위 위치까지 올랐고, 돼지는 제사의 희생에서 인간에 항상 고기를 제공했다. 이러한데도 개돼지라 하면 두 가축을 아울러 말하기보다 행동이 개차반인 사람이나 미련하고 못난 사람을 비유할 때 사용된다.

그래도 개돼지는 원망할 줄 모르고 사람은 감사할 줄 모른다. 조금은 양심이 남은 사람이 있었던지 남에게 자기의 아들을 낮추어 이를 때 겸손의 뜻으로 표현하긴 한다. 豚兒(돈아)가 그러한데 犬子(견자)는 여전히 개새끼다.

어리석고 못난 아들을 개돼지로 경멸하여 부른 것은 중국 北宋(북송)의 司馬光(사마광)이 쓴 11세기에 쓴 역사서 ‘資治通鑑(자치통감)’에서 曹操(조조)가 언급했다며 여러 번 등장한다.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4세기 元明(원명) 교체기의 사람 羅貫中(나관중)의 ‘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일 듯하다.

赤壁大戰(적벽대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조조는 군사를 일으켜 孫權(손권)의 吳(오)나라 江南(강남)으로 향했다. 정세를 살피고 온 병사들과 높은 곳에 오른 조조는 오나라의 선단들이 질서정연한 것을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자식을 낳으려면 손중모 같은 아들을 낳아야지, 유경승의 아들은 개돼지에 불과하다(生子當如孫仲謀 若劉景升兒子豚犬耳/ 생자당여손중모 약유경승아자돈견이).’ 仲謀(중모)는 손권의 자인데 孫堅(손견)의 둘째 아들로 황제에 올랐고 劉備(유비)와 함께 삼국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荊州(형주)지역에서 세력을 떨치던 劉表(유표)의 자가 景升(경승)인데 그가 죽은 후 아들 劉琮(유종)은 싸우기도 전에 조조에 항복했다. 조조는 자기에 맞선 자는 평가했고 항복한 자는 업신여긴 것이다.

우리 역사에도 곧잘 등장한다. 신라의 충신 朴堤上(박제상)은 일본에 볼모로 간 왕자를 탈출시키고 일왕의 신하가 되도록 회유를 받았다. 박제상이 일갈했다. ‘차라리 신라의 개돼지가 될지언정 왜국의 신하가 되지는 않겠다(寧爲雞林之犬㹠 不爲倭國之臣子/ 영위계림지견돈 불위왜국지신자).’ 㹠은 돼지새끼 돈. 張志淵(장지연)은 乙巳五賊(을사오적)에게 ‘저 개돼지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라며 꾸짖었다.

이처럼 큰 힘을 갖고 큰 죄를 지은 사람이 아닌데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곧잘 개돼지가 된다. 몇 년 전 고위 공무원이 큰 비리를 보고 분노하는 대중들을 향해 어차피 곧 잊는 개돼지와 같다고 하여 분노로 들끓었다. 이념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도 걸핏하면 사용하더니 국민들은 이제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실제 높은 사람들이 더 닮았다고 돌려주고 있는 셈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